
6·3 대선을 위한 국민의힘 경선이 본격 진행되면서, 당 후보들 사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거리 두기'를 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일찌감치 선 긋기를 해온 찬탄(윤석열 탄핵 찬성)파는 '자진 탈당'을 공개 요구할 정도로 톤을 높이고 있다. '윤심(尹心)'을 업고 출마했다고 평가되는 후보조차 이전과는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절연' 포문 연 찬탄파 安…"尹탈당 없인 대선 필패"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 시급하다며 포문을 연 주자는 안철수 의원이다. 안 의원은 1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 전 대통령의 탈당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조기 대선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당에 더 이상 '계엄의 그림자'를 드리우지 말고 '제 발'로 떠나라는 취지다.
안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이제 탈당 결단을 내리셔야 한다. 탄핵된 전직 대통령의 탈당은 책임정치의 최소한"이라며 "대통령과 소속 정당은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 운명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무엇보다 "이대로면 대선은 필패"란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을 방어하는 정당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며 "탄핵의 강을 건너야만 당이 하나로 뭉칠 수 있고, 승리의 가능성도 열린다"고 말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탄핵을 부정하는 후보들이 '체제 전쟁'을 이번 대선 승리의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민생 또는 경제성장 관련 의제들은 더불어민주당에 선점 당했다고 반탄(탄핵 반대)파를 직격하기도 했다.
안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객관적으로 열세인 국민의힘이 '반전' 계기를 만들려면 12·3 계엄사태에 시종 싸늘한 태도를 보여온 △수도권 △20·30세대 등 중도층에 소구할 분기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그는 '중원 전쟁'이나 다름없는 이번 선거에서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를 잡을 후보는 본인이 유일하다고 강조해왔다.
이와 함께 '4등 싸움'이 더 치열해진 현 경선구도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반탄파와 구별되는 자신의 색깔을 더 선명히 부각하기 위한 전략적 승부수라는 해석이다.
각종 여론조사 등에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홍준표 전 대구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3강(强)'을 형성한 판세상 2차 컷오프행(行) 티켓은 안 의원과 나 의원 간 경쟁이라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羅·洪·金 '온도 차' 있지만…"본선서 尹과 얽혀봐야 손해"

안 의원이 콕 집은 반탄파에 속한 나 의원도 대권 도전 선언 이후 윤 전 대통령과 직접적으로 얽히는 것은 꺼리는 모양새다. 헌재 선고 직후 한남동 관저를 찾은 그는 윤 전 대통령과의 면담 사실이 알려지면서, 출마 결단이 윤 전 대통령의 '당부'에 따른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은 바 있다.
나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출마선언식을 할 당시 '계엄으로 파면된 윤 전 대통령의 말을 듣고 대선에 나왔다면 부적절한 게 아닌가'란 취재진의 질의에 "대통령의 말을 듣고 결심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18일 당 후보별 정견을 발표한 비전대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윤 전 대통령 '탈당론'에 관해 "지금 그런 이야기를 (굳이)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라고 답변했다. 앞장서서 '손절'을 주장하진 않지만, 윤 전 대통령이 경선 국면에서 이슈화 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반면 같은 반탄파로 묶이는 홍 전 시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시체에 또 난도질하는 그런 짓을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며 안 의원을 나무랐다. 김 전 장관도 "대통령이 잘못한 것은 우리 당이 책임지고, 잘한 것도 우리 성과라 봐야지, 잘못하면 잘라내는 것은 책임 없는 정치"라고 언급했다.
다만 두 사람 모두 윤 전 대통령의 계엄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전 장관은 최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계엄을 사전에 알았다면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엔 실질적으로 당심(黨心)을 배제한 채 대선을 치를 수 없다는 당의 고민이 반영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윤 전) 대통령이 민다는 게 본 게임에선 오히려 불리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겠나"라면서도 "윤심이 천심인 당심을 버리고 갈 순 없다"고 했다.
지도부가 홍역을 치르며 애써 잘라내기보다는, 윤 전 대통령이 스스로 당에서 서서히 멀어지길 바라는 뜻으로 읽힌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맡았던 변호인단이 전날 '윤 어게인(Yoon Again)'을 기치로 신당 창당을 예고했다가 반나절 만에 철회한 해프닝 배후에도 국민의힘 측의 '적극적 만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