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장 벽면이 갖가지 '푸른색'으로 가득하다.
"2년간 작업한 작품들인데 유독 '푸른색' 작업이 많았다. 색에 대해 한계를 두려워 하지 않아 왔다. 이제 나도 60대 중반인데 삶의 끄트머리에 와 있다 생각하니 소멸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그런 감정이 왜 푸른색으로 나타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작품들은 마치 죽음 직전 임종의 찰나에 떠오르는 파노라마와 같다는 느낌을 갖고는 했다."
다양한 색조의 작품을 선보였던 4년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푸른색' 일색이다.
60대 중반에 들어선 장승택(66) 화백의 연륜만큼이나 더 묵직한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서울 종로구 갤러리 학고재에서 장승택 화백의 개인전 '겹 회화(Layered Painting): 거의 푸르른'이 5월 17일까지 열린다.

납작한 평붓 여러 개를 이어 만든 대형 특수붓으로 레일 작업을 통해 단번에 내리긋는다. 물감이 마르면 그 위에 다른 색을 만들어 또 올린다. 이 과정을 수십 차례 반복해 '겹 회화'를 완성한다. 중심에는 하나의 색이 주를 이루지만 옆면에는 겹쳐진 수십개 색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작업에는 고도의 집중과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색을 바꿀 때마다 붓을 빠는 일에서부터 내리긋기, 건조 등 모든 일을 혼자 하기에 힘든 작업이라고 장 화백은 털어놨다.
이번 전시는 '거의 푸르른'이란 제목처럼 푸른색을 주로 한 캔버스 작품들을 선보인다. 작가는 지난해 이후에는 플렉시 글라스 작업을 중단하고 캔버스에 작업하고 있다.
그는 "단색화에서 행위의 반복이나 수행 같은 것이 강조되지만 나는 '수행'이란 단어를 제일 싫어한다"면서 "(내 작품은) 엄밀한 의미에서 좀 다른 단색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