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0km 넘는 주행거리에 가격은 3천만원대, 거기에 넓은 공간까지. 가성비 '끝판왕' 전기차가 등장했다. 기안의 첫 전기 세단인 EV4다.
23일 오전 EV4를 시승해보니 가성비가 몸으로 느껴졌다. 경기 하남에서 경기 광주까지 총 66km를 '어스 롱레인지' 트림으로 주행한 결과, 여유 있는 전비와 넉넉한 주행 거리로 충전 걱정이 전혀 들지 않았다.
EV4의 복합전비는 2WD 17인치 휠 기준 5.8km/kWh로 기아의 EV 라인업 중 가장 우수하다. 롱레인지 17인치휠 기준으로 1회 충전에 533km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이는 현대차그룹 모든 전기차 중 가장 긴 주행거리다.

우수한 전비는 주행 과정에서도 체감됐다. 기존 전기차와 달리 낮은 차체와 유선형의 전면 디자인으로, 가속 시에도 공기의 저항력이 많이 느껴지지 않았다. 실제로 EV4는 낮게 떨어지는 후드 앞단 디자인 등으로 기아 차량 중 가장 우수한 공기저항계수 0.23을 자랑한다.
정숙성도 큰 특징이다. 가속 과정에서 전기차 특유의 모터 가동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소음 차단 또한 우수했다. 고속도로에서 고속 주행을 하더라도 외부의 풍절음이 거의 차단됐다. 앞유리에 적용된 윈드실드와 운전석과 보조석에 탑재된 이중접합 글라스가 톡톡히 제 역할을 했다.
가속 페달만으로 감속과 정차가 가능하도록 한 i-페달 3.0 기능도 실용성이 높았다. EV4에는 i-페달 기능을 모든 회생 제동 단계에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적용됐다. 처음에는 엑셀에서 발을 뗄 때 느껴지는 감속이 어색했지만, 점차 익숙해지니 브레이크를 따로 밟지 않아도 돼 피로감이 덜했다. 스마트 회생제동 기능으로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차량이 스스로 앞 차와의 적절한 거리에서 정차하기도 했다.
휴게소에서 차량을 잠시 세운 뒤 2열과 트렁크 등 내부 공간을 확인해 봤다.
전체적으로 전기차 특유의 넓은 공간감이 느껴졌다. 2열의 경우 '세단'이지만 상당히 넉넉한 무릎 공간을 확보했다. 평균보다 작은 기자가 2열에 직접 타보니 때 주먹 2~3개가 넉넉히 들어가는 크기였다. 다만 차체 디자인 자체가 뒤로 낮아지는 구조다 보니, 장신에게는 헤드룸이 넉넉하지 않을 수 있어 보였다.
제원상으로도 내부 공간이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V4의 실내는 전장 4730mm, 축간거리 2820mm, 전폭 1860mm, 전고 1480mm로 동급 차량과 비교할 때 넓은 축에 속한다. 현대차 준중형인 '더 뉴 아반떼'의 경우 전장 4710mm, 축간거리 2720mm, 전폭 1825mm, 전고 1420mm다. 전장에서 큰 차이는 없지만 축간거리가 100mm나 넓다.
트렁크 공간도 상당했다. 성인 남성 한 명이 누워도 남을 크기였다. 스펙상으로도 동급 최대 수준의 490L에 달한다. 다만 해치백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트렁크 입구는 일반 세단의 크기와 비슷해 아쉽게 느껴졌다.
EV4 가격은 세제 혜택 적용 전 기준으로 스탠더드 모델은 △에어 4192만원 △어스 4669만원 △GT라인 4783만원이다. 롱레인지 모델은 △에어 4629만원 △어스 5104만원 △GT라인 5219만원이다. 전기차 세제 혜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서울 기준)을 적용하면 실제 구매 가격은 스탠더드 모델 3400만원대, 롱레인지 모델 3800만원대다.
EV4 외장 색상은 △모닝 헤이즈 △마그마 레드 △요트 블루(무광) △스노우 화이트 펄 △아이보리 실버(유광/무광) △ 셰일 그레이 △오로라 블랙 펄 등 8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