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정보원이 최근 불거진 중국인들의 국내 군사시설 촬영 사건에 대해 국내법 회피 의도가 다분한 '저강도 정보활동'이라고 파악하고 있다며, 국회에 간첩법 개정의 필요성을 요청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대행 김병기 의원과 국민의힘 간사 이성권 의원은 이날 국정원으로부터 비공개 보고를 받은 뒤에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국정원은 "지난해 6월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 정박한 미 항공모함을 드론으로 촬영한 사건 이후 11건의 촬영 사건이 있었는데 군 기지와 공·항만, 국정원등 핵심 군사시설 및 국가중요시설에 집중돼 있었다"며 "취미, 여행 기록용 촬영이라고 주장하지만 군사기지법을 적용하는 경계선 바깥에서 고성능 카메라나 무전기를 활용해 국내법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이를 한미 핵심 전력에 대한 첩보를 획득하는 목적의 저강도 정보활동이자, 국내 방첩 역량 분산과 소진을 유도해 안보 경각심을 약화시키는 영향력 활동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대처를 위해서는 매뉴얼을 마련하고 방첩기관들간의 노하우 공유 방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행 군사기지법 등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면서도, 기존의 적국인 북한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 대해서도 간첩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정원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된 북한군 사상자가 현재까지 600여명의 전사자를 포함해 4700여명으로 추산되며, 그 대가로는 정찰위성·무인기·전자전 장비·대공미사일 군사적 지원을 받고 있다고 파악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쿠르스크 파병 북한군 규모는 2차례에 걸쳐 1만 5천명에 달한다. 사상자 중 2천여명은 항공기과 열차편으로 북한에 돌아와 평양 등지에서 격리 수용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자 대부분은 쿠르스크 현지에서 화장된 뒤 북한으로 이송됐다.
3차 파병 가능성에 대해선 가시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북한이 문건을 통해 추가 지원을 시사한 적이 있고 특수전 훈련을 강화하고 있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국정원 설명이다. 이들은 참전 6개월이 지나며 무인기 등 신형 장비 사용에 익숙해져 전투력이 향상된 것으로 분석됐다.
그 대가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현금을 받은 정황은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금속·항공·에너지·관광 등 14개 부문에서 산업 현대화를 논의 중에 있으며 군사적으로는 정찰위성과 발사체 기술자문, 무인기, 전자전 장비, 대공미사일 등을 제공받고 있다고 국정원은 파악했다.
파병을 통해 현대전 경험을 쌓고 이를 북한식으로 소화하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를 통해 정찰·자폭형 무인기와 조기경보기, 방공전력 확충에 매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정원은 북한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경우 원자로 등 핵심 장비에 대한 기술 확보가 필요하고, 최근 공개한 구축함 '최현호'는 통합운용시스템을 마련해야 하기에 러시아의 조력 없이 단기간 내 전력화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와 같은 북러 관계 밀착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은 다음달 9일 열리는 러시아의 2차 세계대전 전승절 행사엔 김 위원장 대신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경호 관련 동향 등이 관측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가 파병 사실을 공식화한 배경에 대해선 "대러시아 최우선 밀착 기조 속에서 종전 후 동맹 방기를 피하려는 김정은과, 극적인 승전의 모양새가 필요한 푸틴의 입장이 절충된 결과"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