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이 김문수 대선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의 단일화 절차에 돌입했다. 두 후보간 협상이 결렬되자 당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추후 김 후보 측의 반발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7일 밤 긴급 의원총회와 선거관리위원회, 비상대책위원회를 연달아 열고 추가 대선 후보 선출 규정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당은 8일 오후 6시에 인터넷 유튜브 생중계를 통한 김 후보와 한 후보간 일대일 토론회를 진행한다.
직후 당일 오후 7시부터 그 다음 날인 9일 오후 4시까지 당원 투표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양자 여론조사가 진행된다. 당 경선룰과 같이 '당심50%·민심50%'가 적용되고, 역선택 방지 조항도 유지된다.
이날 당이 선관위와 비대위 등을 연달아 연 건 당헌 제74조의 2 (대통령 후보자 선출에 따른 특례) 조항이 근거가 됐다. 해당 조항에는 기존 당헌에 따른 대선 후보 선출 규정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엔 대선 후보 사항을 선관위가 심의하고 비대위(최고위)가 의결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미 대선 후보가 선출됐음에도 추가로 선출 규정을 만들 수 있던 배경이다.
당초 선관위원장은 황우여 전 위원장이 사퇴함에 따라 공석이었지만, 전날 비대위 의결로 부위원장이었던 이양수 사무총장이 맡게 됐다. 문을 통해 서로 연결된 두 개의 사무실에 각각 선관위와 비대위를 동시에 열고 진행했다고 한다. 추후 있을 절차에 대한 시비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상당한 사유'로는 김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당원들에게 '한 후보와의 단일화'를 약속해놓고 후보가 된 뒤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전날 전 당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단일화 찬성' 비율이 80%가 넘었다는 것이 핵심 근거가 됐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어제 두 후보가 만났는데 단일화에 대한 성과가 없었다. 후보 간 상황만 지켜볼 수 없고 당에서 애초 마련했던 로드맵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며 "후보 단일화 성사가 국민에 대한 약속이고 단일화를 열망하는 당원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TV토론의 경우 두 후보 중 한 명이라도 응하지 않을 경우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TV토론은 성사되지 않더라도 이후 예정된 여론조사는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신 대변인은 "토론회 없이도 여론조사는 진행할 것"이라며 "현재는 여론조사를 실시하겠다는 것까지만 발표하는 것이고, 이후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갖고 반드시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걸 참고해서 논의를 할 것이고, 당헌·당규에 의해 정확히 과정을 밟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에서 판단하기에 후보 등록 전까지 단일화를 하려면 8일 토론회, 9일까지는 무조건 여론조사가 마무리돼야 한다. 양 후보에게 이런 안이 있다고 제안하는 차원"이라며 "두 후보 사이에 단일화가 진척되고 협상이 이뤄져서 단일화가 진행된다면 당에서 준비한 건 필요가 없어진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후보가 선출됐음에도 특례 규정을 적용해서 새로운 선출 과정을 만든다는 것은 결국 최종적으로는 강제로 후보를 바꾸겠다는 것 아닌가'란 지적에는 "너무 멀리 나간 것"이라고 부인했다. 이어 "단일화를 요구하는 당원의 요구에 따라 스탭대로 가는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후보 교체를 위한 '사전 작업' 성격으로도 볼 수 있어 김 후보 측의 반발이 예상된다. 당은 이미 오는 11일까지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를 열 수 있도록 소집 공고까지 해놓은 상황이다.
특례 규정을 적용해 선관위와 비대위가 바꿀 수 있는 최대치는 '대선 후보 선출 규정'에 불과하다. 후보를 바꾸려면 전당대회를 통한 의결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를 대비한 '빌드업'인 셈이다.

김 후보는 전날 한 전 총리에게 8일 추가로 단일화 협상을 위한 만남을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당에서 토론회를 잡은 만큼, 토론회가 끝난 뒤 만나겠다고 했다. 김 후보 측은 토론회 참석 여부 등에 대해선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김 후보에게 단일화를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