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강제 단일화 거부" 폭탄 선언…국힘, 망연자실[영상]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중 권영세 비대위원장의 발언 후 의총장을 떠나고 있다. 황진환 기자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중 권영세 비대위원장의 발언 후 의총장을 떠나고 있다. 황진환 기자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의원총회에 참석해 "당 지도부에서 하는 강제 단일화는 응할 수 없다"고 선언하면서 지도부 및 의원들과 강하게 충돌했다.

의원들이 고성을 지르며 반발했지만 김 후보는 이 같은 발언만 남긴 채 의총장을 떠났다. 일부 의원들이 쫓아가 막아세우려고 했지만, 김 후보는 이를 뿌리치고 사라졌다.

당혹감에 휩싸인 지도부는 의총을 중단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9일 김 후보는 오후 12시쯤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현장을 찾았다. 대선 후보로 선출되고 의원들과의 첫 상견례였다. 지도부는 본관 앞까지 마중을 나가 김 후보를 환대했고, 의원들도 박수로 맞았다. 꽃다발 증정식도 있었다.


먼저 모두 발언에 나선 권성동 원내대표는 "김 후보의 삶의 궤적은 한 마디로 후보가 전당대회 수락 연설에서 언급한 그대로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뜨겁게 살아온 분"이라며 "젊은 시절 민주화 운동과 노동 운동을 통해 민주주의와 소외된 노동자를 위해 처절히 싸우셨고, 소련이 붕괴된 후에는 강인한 보수 우파로 살아오셨다"고 추켜세웠다.

이후 "여기 있는 107명의 국회의원들은 김문수, 홍준표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대활약을 보고 자란 후배들"이라며 "민주당의 박지원을 꺾고 당선된 부천 지역을 직접 출퇴근하며 지옥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이야기는 전설처럼 남아 있다.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GTX 등 굵직한 사업들을 추진했는데, 이재명에겐 단 한 번도 없던 청렴결백의 아이콘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일주일 간 후보님과 의원들 사이의 단일화를 둘러싼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오늘 의총이 후보님과 의원들이 허심탄회한 대화와 소통의 장이 되길 바란다"며 "오해가 있으면 서로 풀고 하나로 똘똘 뭉쳐 단일화를 이루고 대선 승리로 나아가자"고 덧붙였다.

특히 권 원내대표는 "당원과 국민들의 단일화에 대한 강한 열망에 제가 김 후보께 다소 과격한 발언을 내놓은 바 있는데, 이 자리를 빌어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앞서 권 원내대표는 전날 "알량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지키기 위한 모습"이라며 김 후보를 비난한 바 있다.

이후 발언대에 나선 김 후보는 "자랑스럽고 존경하는 국민의힘 국회의원 여러분 정말 사랑한다"며 하트 포즈를 취했고 "여러분들 덕분에 우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아직까지 숨쉬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중 권영세 비대위원장의 발언 후 의총장을 떠나고 있다. 황진환 기자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중 권영세 비대위원장의 발언 후 의총장을 떠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이때까지는 분위기가 훈훈했다. 하지만 김 후보의 작심 발언이 이어지면서 분위기는 점차 굳어졌다.

김 후보는 "저는 5월 3일 전당대회 끝난 당일 저녁 7시 저의 선거사무소를 찾은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 사무총장께 중앙선대위 구성을 말씀드렸다. 선거업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선거 캠프에서 총괄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장동혁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지명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5월 7일 12시까지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 폭로했다.

이어 "선(先) 단일화, 후(後) 선대위라는 말씀을 하셔서 상당히 놀랐다. 연휴가 끝나자마자 그 다음 날 12시까지 단일화를 하라는 게 과연 우리 국민의힘의 책임 있는 당직자들이 이런 말을 할 수가 있나. 정말 놀랐다"라며 "무소속 후보가 입당도 하지 않고 우리 당 후보가 되는 것을 상정해서 기호 2번을 달고 우리 당 자본과 인력으로 선거운동하기 위해선 물리적으로 꼭 7일까지 단일화가 돼야 한다는 논리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날 전당대회에서 전출된 제가 국민의힘의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 우리 당 입당도 안한 무소속 후보가 우리 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도록 실무적으로 도와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며 "그렇다면 저와 함께 경선에 참여한 많은 후보들은 무슨 존재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8일 국회 사랑재에서 만나 후보 단일화를 위한 2차 회동을 마친 뒤 이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당에서 현재 진행 중인 강제 단일화 작업은 불법이므로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당 지도부는 현재까지도 김문수를 끌어내리고 무소속 후보를 우리 당의 대통령 후보로 만들기 위해 온갖 불법 부당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이 시도는 불법이고 당헌당규 위반이자 민주주의의 질서를 파괴하는 반민주적 행위"라며 "즉각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단일화는 우리 자유진영의 단일대오를 구성해서 경쟁력을 높이자는 건데, 지금의 단일화는 저를 끌어내리고 선거에서 한 번도 검증받지 않은 무소속 후보를 우리 당의 대통령 후보로 만들려는 작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었다"며 "저와 한덕수는 경쟁력이 거의 차이가 안 난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단일화의 목적이 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반 이재명 전선을 이뤄서 체제 전쟁의 승리를 위한 중심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정당하고 합법적이어야 한다. 국민에게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정치를 해야 한다"며 "지금 당 지도부가 하는 강제 단일화는 실은 김문수를 끌어내리고 무소속 후보를 우리 당의 대통령 후보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불과해서 응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또 "저 김문수를 믿어달라. 저 김문수가 나서서 이기겠다"며 "제가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후 곧바로 선거 준비에 당력을 모았다면 오늘날의 지지율은 아니었을 것이다. 제가 승리하겠다. 함께 가자"고 촉구하기도 했다.


김 후보의 폭탄 발언에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얼어붙었다. 뒤이어 모두 발언에 나선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의원들에게 얘기한 내용과 완전히 동떨어졌다고 생각한다"며 "더 큰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을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후 의총은 비공개로 전환됐는데, 김 후보도 기자들과 함께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그러자 의원들이 몸으로 막아 세우면서 "얘기 듣고 나가라", "지금 뭐 하는 거냐"고 하는 등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하지만 김 후보는 이를 뿌리치고 의총장 밖으로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 등 지도부 의원들 일부가 김 후보를 따라 본관 밖에까지 나가 막아세우려고 했지만, 김 후보의 발길은 막을 수 없었다. 결국 김 후보는 차를 타고 국회를 떠났고, 의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의총장으로 복귀했다.

의총은 잠시 중단됐고, 지도부는 비대위원장실에 모여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의총은 오후 늦게 다시 속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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