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사전투표까지 2주 밖에 남지 않았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원팀'이 되지 못하고 사분오열하는 모습이다. 김문수 후보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않으면서 당내 '찬탄(탄핵 찬성)파'인 한동훈 전 대표가 선거 운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고, '한덕수 단일화'로 촉발된 내홍의 여파로 당 선거대책위원회와 김 후보 측의 파열음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후보는 갈등 봉합은 뒤로 한 채 일단 지역을 돌며 유세에 집중하는 등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당을 쇄신하겠다며 당내 최연소 김용태 의원을 지정했지만, 정작 힘은 실어주지 않아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쇄신하라며…" 최연소 의원 앉혀놓고 힘은 안 실어주는 김문수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는 당을 쇄신하겠다며 직접 당내 최연소 김용태 의원을 비대위원장에 지명했지만 정작 힘은 하나도 실어주지 않고 있다.
김용태 의원은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하는 15일 윤 전 대통령 탈당·제명과 관련한 당의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김 의원이 당 차원에서 윤 전 대통령과 선제적으로 선을 긋고, 후보는 당의 뜻을 따르겠다며 수용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가는 것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김 의원 발언 이후에도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 탈당은 '본인 의사에 따라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13일 대구에선 "윤 전 대통령께서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우리 당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했고, 14일 사천에서도 "대통령의 판단을 존중하는 게 옳다"고 반복했다. 결국 김 후보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쇄신 의지를 다졌던 김 의원이 뜻을 접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당 선대위가 '친윤(친윤석열계)' 일색으로 꾸려질 때부터 이미 예상된 바라는 지적도 나온다. 선대위 핵심은 일정·메시지·수행인데, 현재 일정단장은 강명구 의원, 메시지단장은 조지연 의원, 수행단장은 이만희 의원, 수행부단장은 이용 전 의원이 맡고 있다. 이들은 전부 지난 대선에서 윤 전 대통령 캠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인사들이다.
당이 윤 전 대통령을 끊어내지 못하면서 탄핵 찬성에 앞장섰던 한동훈 전 대표는 선대위원장직을 고사하고 유세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이길 수 있는 길은 분명하다"면서 "그러나 그 반대로 가는 움직임이 보여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당 관계자는 "선대위를 왜 이렇게 짰는지 모르겠다. 친윤 색을 더 빼야 한다"고 비판했다. 선대위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에 대해 "저희 당에 친윤이 어디 있나. 선거전에서는 저희 당은 다 친김문수"라고 일축했다.
선대위-캠프 따로 가동…김문수는 지역 행보 '마이웨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갈등 후폭풍으로 선대위가 '원팀'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정황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여전히 경선 당시 김 후보 캠프에서 뛰었던 인사들 대부분이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고 별도로 활동하고 있다. 실제 후보 일정도 캠프 인사들이 정하고 선대위에 알리는 식으로 짜이면서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김 후보 측 인사는 "선대위 인선도 한덕수 전 총리 측이 사인해서 꾸린 것이란 말이 있다. 후보가 몇몇 인사만 교체하라고 하고 일단 그대로 가자고 하면서 확정된 것"이라며 "당에서 후보를 날리려고 했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 당은 당대로 하라고 하고, 우린 우리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보수 진영내 조직 관리를 주로 맡아왔던 새로운미래를준비하는모임(새미준) 이영수 회장이 김 후보 선대위와 캠프 내에 아스팔트 극우인 이른바 '태극기 세력'이 대거 포진돼 있는 것을 이유로 합류를 거절하는 등 세력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김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부터 사흘 내내 지역을 돌며 지역 유세에만 집중하고 있다. 후보 확정도 늦어지고, 조기 대선으로 선거 운동 기간 자체가 짧은 만큼 어쩔 수 없이 '일단 고(Go)'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러 군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파열음이 발생하는 데다가, 본 선거일까지는 물론 그 이후까지 분열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당이 분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지고 있다. 당 관계자는 "대선에서 질 경우 보수 진영은 갈기갈기 찢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