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호> 다음 이슈 가볼까요?
◇ 최서윤> 네. 두 번째 이슈입니다. 최초의 미국인 교황 레오 14세, 트럼프와 충돌할까?
◆ 홍종호> 이 뉴스가 외신에서 굉장히 많이 나왔어요. 콘클라베가 있었고 둘째 날에 새 교황이 선출됐습니다.
◇ 최서윤> 맞습니다. 최근 영화 <콘클라베>도 인기를 끌면서 많은 분이 관심을 가지셨던 것 같아요. 이번 콘클라베로 선출된 제267대 교황 레오 14세에 대해 간략히 소개드리겠습니다. 본명은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고요. 가톨릭교회 최초의 미국인 출신 교황입니다. 레오 14세 면면에 대해 많은 언론이 다루고 있는데 오늘은 레오 14세의 사회적 견해, 우리 프로그램 관심사인 기후에 대한 견해를 중심으로 얘기를 풀어 가볼까 합니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후변화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는 입장이었잖아요. 그런 입장을 레오 14세도 이어가지 않을지 많은 세계 지도자들이 기대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후에 대해 했던 발언 잠깐 소개하고 넘어가야 될 것 같아요. 2015년에 '찬미받으소서'라는 회칙을 직접 낸 게 대표적입니다. 교황으로 선출되고 3년 뒤였죠. 부제가 '공동의 집을 돌보는 것에 관한 회칙'입니다.
◆ 홍종호> 공동의 집. 지구를 말하는 거겠죠.

◆ 홍종호> 공교롭게도 콘클라베 직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가만히 있지 않더라고요. 자기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교황복을 입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합성해서 올려서 경악했고 너무하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 미국인 출신의 최초 교황이 탄생한 겁니다.

일각에서는 새 교황이 트럼프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와요. 왜냐하면 레오 14세가 미국 출신이다 보니 아무래도 아르헨티나 출신이었던 프란치스코 전임 교황보다는 미국 보수 가톨릭 유권자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엄청 클 거거든요. 새 교황의 세계관이 트럼프 대통령 세계관이랑 충돌할 경우에는 이전 교황 때보다 더 큰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 홍종호> 레오 14세가 사제 시절 남미에 가서 오랫동안 사목 활동도 해서 이민 문제에 대한 관심도 상당히 있을 것 같아요.
◆ 홍종호> 직격했군요.
◆ 홍종호> 저는 진지한 기독교인이라면 이런 말에 다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기의 정치적인 색깔을 덧입히는 것이 아니고 성경에서 무엇을 얘기하는지 집중해서 세상을 보는 눈을 갖는 게 중요하지 않냐는 생각이 드네요.
◇ 최서윤> 맞습니다. 레오 14세의 투표 이력도 보면요. 실제로 공화당, 민주당 예비선거에 모두 참여하는 등 일관되지 않은 방식으로 투표해 왔어요. 그래서 획일적으로 이 사람 성향이 어떻다고 얘기하는 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고요. 사안별로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홍종호> 기후문제는 어떤 입장을 표명한 적이 있습니까?
◇ 최서윤> 먼저 바티칸 공식 뉴스에 따르면 교황이 지난해 환경 세미나에 참석해서 사회가 기후에 대처하기 위해 "말에서 행동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인간과 환경과의 관계가 폭압적인 지배가 아니라 상호 호혜적인 관계가 돼야 한다고 말했고요. 바티칸에서 태양광 패널 설치하고 전기자동차 사용하는 것에 대해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노트르담 대학의 개발 정책 아룬 아그라왈 교수가 레오 14세의 향후 행보에 대해 "교황의 이전 페루에서의 경험에 바탕을 둘 것 같다"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레오 14세가 소외, 빈곤, 취약성에 대한 맥락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기후와 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사고에도 영향을 미칠 거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벌써 올해 11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제30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교황을 초청했다고 합니다.
◇ 최서윤> 사실 바티칸이 무슨 정책을 좌우할 공식적인 권한은 없잖아요. 기후협정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도 들어요. 파리기후변화협정 같은 경우에도 국가가 어떤 조치를 취하도록 특별히 강요하지 않고 자발적 합의에 의한 거잖아요. 그래서 글로벌 기후 콘센서스에서 설득과 합의가 중요하다는 거니까요.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공식적인 권한이 있는 건 아닙니다.
◆ 홍종호> 국가에 압박을 주죠. 영어로 Naming and Shaming이라고 하죠. "너는 못하지 않냐,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고 하는 게 영향을 끼치는 거거든요.
◇ 최서윤> 그렇기 때문에 공식적인 권한 여부와 상관없이 교황의 추구하는 방향이나 기후에 대한 가치가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는 판단입니다. 왜냐하면 전 세계적으로 14억 명 이상의 신도를 거느리고 있고요. 엄청난 설교단을 갖고 있잖아요. 그래서 교황의 기후 관련 움직임이 신도들뿐만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에게도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앞서 언급한 프란치스코 교황 같은 경우에도 2015년에 '찬미받으소서' 회칙 발간한 다음에 실제로 여러 가톨릭 기관들이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했다고 해요. 그때 프란치스코 교황의 태도가 전 세계적으로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킨 것처럼, 가톨릭을 국가 공식 종교로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도 많기 때문에 환경에 대한 관심과 행동을 증가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 홍종호> 그럼요. 종교 중에 가톨릭이 특히 환경, 기후에 대해 관심이 굉장히 많은 종교라고 할 수 있고 실제로 2015년 파리 협정이 결국 체결되는 데 당시 교황의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 최서윤> 예수회 사제이자 언론인인 제임스 마틴이 뉴욕타임스에서 한 발언을 소개해 드릴게요. "프란치스코 교황 이전에는 기후변화가 정치적 문제나 과학적 문제로만 여겨졌는데 그의 회칙은 이걸 영적인 문제로 규정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교황이 실제로 기후 정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지금으로서는 예단할 수 없어요. 앞선 발언과 의견들을 바탕으로 많은 활동가들이 앞으로 교황의 행보에 대해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 홍종호> 사실 어떤 종교든지 평화, 생명에 대한 존중은 다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앞으로 레오 14세의 향후 기후 관련된 발언들도 주목해서 봐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네요.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CBS 최서윤 기자였어요. 고맙습니다.
◇ 최서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