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자신에게 제기된 '룸살롱 접대 의혹'에 대해 추가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21일 경찰 수뇌부의 내란 혐의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지 부장판사가 접대 의혹을 부인한 직후 더불어민주당이 관련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날 지 부장판사의 추가 해명에 관심이 쏠렸는데, 별다른 입장을 전하지 않은 채로 재판을 진행하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조지호 경찰청장과 윤승영 전 국수본조정관 등 경찰 지휘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 공판을 열었다.
증인으로 출석한 이현일 전 국수본 수사기획계장은 지난 기일에 이어 이날도 지난해 12월 3일 구민회 방첩사령부 수사조정과장으로부터 방첩사에서 국회에 체포조를 보내는데 이를 인솔하고 같이 움직일 형사가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어 이 전 계장은 "윤 전 조정관에게 연락해 방첩사에서 연락받은 내용을 그대로 보고했다"며 "'국수본에서 지원을 해달라고 하는데 (퇴근해) 인력이 없으니 영등포경찰서에서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이에 윤 전 조정관이 자신에게 "청장님 보고 드렸다.명단 보내줘라. 형사조끼를 입히지 말고 사복으로 보내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 전 계장은 국회의원을 포함한 국회에 있는 사람 중 누군가를 방첩사가 체포하려 한 것으로 생각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재명·한동훈 등을 체포한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 전 계장은 "저희는 이동을 안내하는 개념으로 이해했다. 체포를 하는 건 방첩사 역할"이라며 경찰의 체포조 활동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한편 지 부장판사는 이날 재판에서는 접대 의혹에 대해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지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 재판 시작에 앞서 "의혹 제기 내용은 사실이 아니고, 그런 데 가서 접대받는 건 생각해 본 적 없다"며 "무엇보다 그런 시대가 자체가 아니다. 삼겹살에 소맥(소주·맥주)도 사주는 사람도 없다"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지난 14일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지 닷새 만에 법정에서 직접 밝힌 공식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 부장판사의 입장 표명 이후 민주당은 브리핑을 열고 "지 부장판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유흥업소 내부로 보이는 장소에서 지 부장판사와 두 명의 동석자가 함께 앉아 있는 사진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날 오후에는 이 전 계장에 대한 피고인 측의 반대신문이 진행 중이며 이후 이 계장의 바로 위 상급자인 전창훈 전 국수본 수사기획담당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