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북·전남 각각 의대'에 호남 갈등 우려…김문수 공공의대 없어

이재명 "전북 공공의대·전남 통합 의과대학 설립"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 두고 호남권 내부 경쟁 불가피
김문수, 전남에만 의대 건립 공약…온도차 뚜렷
일본 지역의사제 성과 속 국내 공공의대 필요성 대두
전북도 "공공의대와 지역 의료인 확보 위해 적극 대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류영주·황진환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류영주·황진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가 전북과 전남에 각각 의과대학 설립을 공약하면서 호남권 내부 갈등이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는 하나의 의대 정원을 두고 두 지역이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취약한 지역 의료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공약이라도 내건 이재명 후보와는 대조적으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측은 공공의대 공약 없이, 전남에 의대 건립만 제시했다.

이 후보는 남원 지역 공약에 공공의대 설립을 담았고, 전남 지역에는 순천·목포 국립대 통합 의과대학 설립을 약속했다. 또한 전북권·전남권 공약에 '공공의대 신설', 호남권 공약에는 '전남·전북 국립의대 설립'이라고 각각 명시했다. 양 지역 모두에 의대 설립을 약속한 셈이다.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약. 위에서부터 광역 공약, 행정구역(전북·전남) 공약, 목포·순천 공약, 남원 공약. 더불어민주당 제공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약. 위에서부터 광역 공약, 행정구역(전북·전남) 공약, 목포·순천 공약, 남원 공약. 더불어민주당 제공

이 같은 '양다리 공약'이 호남권 갈등이라는 문제가 되는 이유는 실제 의대 정원 확보 과정에서 드러난다.

윤석열 정부는 2024년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를 발표했지만 의사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이후 2025년 의대 정원을 4567명까지 늘렸으나, 전공의들의 집단 반발로 2026년에는 다시 2024년과 같은 3058명으로 축소했다.

증원 과정에서 전북대에 58명, 원광대에 57명의 정원이 추가 배정됐는데, 여기에는 2018년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이 포함돼 있다. 서남대 정원은 전북대(32명)와 원광대(17명)에 임시로 배정된 상태다.

전북도와 남원시는 이 정원이 원래 전북 소재 대학의 것이므로 다시 회수해 공공의대 설립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남 순천과 목포 또한 전남 지역에 의대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의대 신설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 제약은 만만치 않다. 의료계는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모두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난 의대 정원 확대 과정에서 전공의들이 대거 현장을 이탈하며 의료 대란이 발생했다. 또 복지부에 따르면 5월 기준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 10명 가운데 6명이 일반의로 재취업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 학생들. 윤창원 기자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 학생들. 윤창원 기자
 
서남대 정원으로 두 지역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두고 전남과 전북이 경쟁하는 구도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지역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고려할 때 공공의대나 지역의사제의 필요성은 계속되고 있다. 의료 취약지역의 의사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지역에 뿌리를 둔 의료 인력 양성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이바라키현은 지난 2009년 '의학부 지역정원제'를 도입했다. 아사히신문의 2024년 5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지역정원제 직전인 2008년 이바라키현의 의사 수는 4805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의사 수는 162.1명이었다. 2022년에는 6029명까지 늘어, 10만 명당 212.3명의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다리일지라도 공공의대를 공약으로 내건 이 후보와는 달리, 김문수 후보 측은 전남 공약으로만 일반 의대 건립을 제시하고 공공의대 관련 공약은 내놓지 않았다.
김문수 후보의 전남권 공약. 국민의힘 제공

전북도 관계자는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도내 의료 인력 확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북대와 원광대 의대생들의 복귀율도 여전히 낮은 상태로, 지역 의료체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의정 갈등 해결의 새로운 변화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며 "(의대를 두고) 전남과 갈등이 있을 수 있으나, 공공의대 설립 등 지역 의료 인력 확보 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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