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을 벌었는데 위기가 왔다. 전북 익산에서 모녀가 잇달아 숨진 채 발견됐다. 병원비 부담을 이기지 못해 어머니가 딸을, 이어서 어머니 자신이 스스로를 살해했다.
이들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생계와 주거, 의료급여를 받아왔다. 그렇게 병원비는 해결됐고 근근이 생계는 꾸려졌다. 문제는 큰 딸이 일을 하면서 시작됐다. 작은 수입이 통장에 들어오자 수급 자격이 박탈됐다.
이후 소득이 생긴 큰 딸이 분가했지만 관청에 알릴 생각을 못했다. 반 년 단위 정부 수급자 조사까지만 버텨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생계급여가 끊긴 통장은 이들 모녀에게 기다림의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노인 분들 중에 평생을 기초수급자로 살아온 분들에게 가장 큰 공포는 수급탈락이에요. 그러면서 그나마 자기 돈벌이라도 하면서 근근이 살아가는 이웃 차상위 노인들을 불쌍하다고, 자기보다 아래 급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종종 봅니다."
지인인 한 요양보호기관 운영자의 말이다.
무노동으로 유지되는 권리, 오래되면 특권인양 착각까지 하게 만드는 기초수급의 딜레마. 문제를 극명히 보여주는 사건이 대선 기간에 터졌다. 그런데 후보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지난 23일 대선후보 사회분야 토론회에서 이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대신 서로 상대의 약점을 들춰내며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모습만 봐야했다. 그나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논점을 던지긴 했다.

딱 여기까지였다. 김문수 국민의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에게서 이어지는 발언은 없었다. 그렇다고 보수 측에서 기본소득에 대항해 던질 만한 소득 정책이 없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벌써 3년 째 정책실험으로 검증하고 있는 '디딤돌소득'이 있다. 중위소득 85% 이하 가구라면 탈수급 지점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일을 하면 소득을 더 가져갈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실제로 2차년도까지 대상 가구의 30% 이상에서 소득이 늘었고, 탈수급 비율은 8%를 넘겼다. 현 기초수급제도의 탈수급 비율 0.2%에 비하면 매우 훌륭한 성과다.

그러나 김문수, 이준석 그 누구도 나흘 뒤 대선토론회에서 일언반구가 없었다.
보편 복지냐 선별 복지냐를 놓고 박근혜, 문재인이 벌였던 '격돌' 같은 것을 기대한 것은 무리였을까. 그저 헐뜯기와 말꼬리 잡기만 난무한 대선 토론을 보며, 앞으로 송파 세 모녀나 익산 모녀 사건을 또 봐야하나 답답함이 올라왔다.
깊이 있는 소득 논쟁은 차치하고서라도, 적어도 '보수 쪽에도 이런 대안 정도는 있다'는 말이라도 나왔으면 토론 후감이 이토록 답답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