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편안하게 지내기를 바랄게."
30일 오후 6시부터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열린 중학교 사망교사 추모 집회에서 동료 교사가 추모사를 끝맺으며 울먹이며 말했다. 생전 제자와 동료에게 따뜻했던 A 교사의 얘기에 장내는 울음바다로 변했다. 재작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제주에서 슬픔에 가득 찬 '검은 물결'이 일었다.
이날 도내 각 학교 교직원과 A 교사의 제자 등 700여 명이 검은 옷차림에 저마다 손에는 '우리가 서로를 지킵시다' '진상규명이 추모다!'라고 적힌 종이피켓을 들고 A 교사를 추모했다.
A 교사와 20년 가까이 함께 일한 동료 교사는 "내가 학생과 학부모 때문에 힘들다고 하면 옆에서 위로해주고, 학교 업무로 힘들어하면 도와줄 일 없냐고 챙겨줬던 선생님. 내게는 이렇게 힘이 돼줬는데, 나는 해준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너무 미안하고 가슴 아프다"고 말한 뒤 오열했다.
"힘들거나 도와줄 일이 있냐고 물어보면 없다고 하면서 제가 다 할 수 있다고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던 모습에 '잘하고 있나' 보다 생각하면서 지나가 버린 시간이 너무 후회된다. 지금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눈물이 난다"고 토로했다.

동료 교사들과 교원단체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재작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권보호 제도가 갖춰졌지만, 달라지지 않은 현실을 한탄했다. 추모제 현장에서는 무기력감도 엿보였다.
김수연 제주교사노조 정책실장은 "2년 전 우리는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지금, 여기 제주에서 같은 이유로 또 한 명의 교사가 우리 곁을 떠났다. 도대체 무엇이 바뀌었나. 왜 여전히 교사들은 민원 대응의 최전선에 홀로 서있어야만 하느냐"고 탄식했다.
유홍열 표선초등학교 교사는 "고인이 되신 선생님은 학생을 위한 진심 어린 지도가 오히려 민원의 대상이 돼 극심한 스트레스와 고통 속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셨다. 서이초 사건 이후 민원대응시스템 관련 지침과 규정이 만들어졌지만, 이번에 그 지침은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A 교사의 유가족은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순직 인정을 요구했다.
유가족 대표는 "죽음을 선택해야만 했던 모든 사정을 밝히고 선생님의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 어린 자녀들과 남은 유족이 위안 삼을 수 있도록 순직 인정과 그에 따른 처벌이 있을 수 있도록 전 사회가 동참해 달라. 또 학생 인권과 교권이 공존할 수 있게 시스템을 개선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추모제에서는 '우리는 기억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A 교사 추모시도 울려 퍼졌다. '당신이 만들려고 했던 행복한 교실 / 당신이 꿈꾸던 안전한 교실 / … /두려움 없이 가르칠 수 있는 학교 / 교사가 사람답게 존중받는 현장 / 그 첫걸음을 / 오늘, 당신의 이름으로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