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상선수 대신 보상금만, 예상대로였다.
수원 KT와 대구 한국가스공사 모두 자유계약선수(FA) 이적에 따른 보상으로 현금 보상을 선택했다. 타 구단으로 이적한 선수의 전 시즌 보수 총액의 50%와 보호선수 4명을 제외한 선수 1명 혹은 전 시즌 보상 총액의 200%를 선택해야 하는데 양팀 다 후자를 고른 것이다.
KBL은 8일 보도자료를 통해 KT는 현금 14억 원을, 한국가스공사는 현금 10억 원을 각각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만 35세 미만인 선수가 해당 시즌 보수 서열 30위 안에 포함돼 있을 때 보상이 발생한다. KT 소속 선수였던 가드 허훈와 한국가스공사 소속이었던 가드 김낙현이 여기에 해당한다.
허훈은 최근 FA 자격을 얻고 부산 KCC로 이적했다. 허훈의 전 시즌 보수 총액은 7억원이었다.
KCC는 허훈, 허웅, 최준용, 이승현, 송교창 중 4명밖에 보호할 수 없었다. KT는 KCC의 보호 명단에서 제외된 올스타급 선수 1명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이를 포기하고 현금 보상을 골랐다. 선수 1명과 3억 5000만원 혹은 14억 원 중 후자를 선택했다.
김낙현은 최근 SK로 이적했다. 전 시즌 보수 총액은 5억 원이었다. 스타 군단 SK에는 보호선수 4명 외에도 충분히 전력에 도움이 될만한 선수가 있지만 한국가스공사는 보상선수 없이 5억 원의 200%, 현금 10억 원을 받기로 했다.
요즘 프로농구는 당장 차기 시즌 구단 운영비로 충당할 수 있는 거액의 현금을 포기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모기업의 지원이 예전만 못하다. 또 50%와 200%의 차이는 매우 크다. 허훈의 경우 그 차이가 10억 원이 넘는다.
다수의 구단들은 이 같은 상황을 미리 대비하기도 한다. FA 시즌을 앞둔 선수의 연봉을 '오버페이' 형식으로, 더 비싼 몸값으로 책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만약 예기치 못한 이적이 발생할 경우 보상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장치를 미리 마련해 놓는 것이다.

허훈과 김낙현의 계약 기간은 모두 5년이다. KCC는 허훈과 첫해 보수 총액 8억 원에 계약했다. SK는 김낙현과 4억 5000만 원의 조건에 도장을 찍었다. 두 구단이 내야 할 보상금까지 포함하면 KCC는 올해에만 허훈 영입을 위해 22억 원을 쓴 셈이고 SK의 경우는 14억 5000만 원이 된다.
FA를 통해 선수를 보강하려면 이 정도 투자는 각오해야 한다. 다소 정상적이지 않은 KBL의 FA 제도 때문에 그렇다. FA는 'Free Agent'의 약자지만, KBL FA 제도에는 자유가 없다.
보상선수 영입은 FA 계약으로 전력을 끌어올린 팀을 견제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다. 해당 구단의 주전급 주축 선수 1명을 데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가 있는 FA 제도에서는 보상선수 개념도 존재하지 않겠지만, 어쨌든 KBL에서는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프로농구에서는 FA 이적 후 보상선수 이적이 뒤따르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부분 보상금만을 선택해왔다. 올해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