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하위팀으로 불렸던 한화의 1위 돌풍으로 마무리된 올해 프로야구 전반기. 한화는 디펜딩 챔피언 KIA와 2년 만의 우승을 노리는 LG, 진격의 거인 롯데 등을 제치고 무려 33년 만에 전반기 1위를 달성했다.
한화는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에서 52승 33패 2무로 10개 구단 중 유일한 승률 6할대(.612)를 찍었다. 2위 LG(48승 38패 2무)와는 4.5경기, 3위 롯데(47승 39패 3무)와 5.5경기 차다.
가장 강력한 한화의 무기는 외국인 원투 펀치다. 역대 최고 외인으로 꼽히는 에이스 코디 폰세는 전반기 18경기 11승 무패 평균자책점(ERA) 1.95에 탈삼진 161개로 3개 부문 모두 1위에 올랐다. 2선발 라이언 와이스도 18경기 10승 3패 ERA 3.07, 다승 공동 3위에 자리했다.
다른 구단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모 감독은 "본인들이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팀이 이긴 경기까지 합하면 거의 25승 이상을 해줬다고 봐야 한다"면서 "연패를 끊어주고 연승을 이어주는 역할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국내 선발 투수 문동주가 7승(3패), 류현진이 5승(4패)으로 뒤를 받쳤다. 4년 최대 78억 원에 영입한 우완 엄상백이 1승 6패로 부진했어도 한화가 잘 나갔던 이유다.
마무리 김서현도 22세이브 ERA 1.55의 빼어난 성적으로 뒷문을 든든하게 잠갔다. 한승혁(11홀드), 박상원(10홀드) 등 중간들도 역할을 해냈다. 한화는 팀 ERA 3.42로 10개 구단 중 1위를 차지했다. 팀 타율 6위(2할5푼9리)에도 1위를 달렸던 원동력이었다.
한화는 돌발 변수만 없다면 후반기에도 기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폰세와 와이스를 일찌감치 1군에서 말소시켜 충분한 휴식을 취하게 했다. 후반기를 위한 포석으로 1999년 이후 26년 만의 우승을 벼르고 있다.
LG는 팀 ERA 4위(3.78), 타율 3위(2할6푼5리)로 나름 선방했다. 외인 투수 듀오 엘리저 에르난데스가 11경기 4승 3패, 요니 치리노스가 7승 4패로 살짝 기대에 못 미쳤지만 임찬규, 송승기가 나란히 16승을 합작했다. 특히 송승기는 5선발임에도 거의 2선발급 활약을 펼쳤다. 후반기 에르난데스만 살아난다면 대반격을 노릴 만하다.
다만 LG는 타선 부활이 관건이다. 4월까지 20승 11패로 잘 나갔던 LG는 이후 홍창기, 오스틴 딘의 부상과 오지환, 문보경 등의 부진이 겹쳐 한화에 1위를 내줬다.
문보경은 5월까지 3할1푼 이상 타율에 12홈런 42타점을 올렸지만 6, 7월 2할대 초반 타율에 2홈런 21타점으로 슬럼프를 겪었다. 오지환은 올해 타율 2할1푼8리 7홈런 28타점에 머물러 있다.
LG 염경엽 감독은 "문보경, 오지환이 살아나야 한다"고 후반기 반격의 조건을 제시했다. 이어 " "그래도 우리의 큰 장점은 과부하가 안 걸렸다는 것"이라면서 "선발, 불펜 등에 체력 안배를 해놓은 것이 후반기 얼마나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해주느냐로 이어질지가 중요할 거 같다"고 강조했다.
롯데는 투타 조화를 이루느냐가 후반기 반등의 관건으로 꼽힌다. 전반기 롯데는 팀 타율 1위(2할8푼)였지만 팀 ERA는 9위(4.79)에 머물렀다. ERA 1위 한화와 1.3점 이상 차이가 난다.
야구에서 흔히 투수, 수비는 계산이 서지만 공격은 계산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토종 에이스 박세웅이 9승(6패)을 달성했지만 6월 이후 5경기 1승 3패 ERA 10을 넘을 만큼 부진했다. 좌완 터커 데이비슨이 7승(5패) ERA 3.61로 나름 역할을 해냈다.
그나마 롯데는 대체 외인 좌완 알렉 감보아가 복덩이로 자리를 잡았다. 에이스 찰리 반즈의 대체 선수로 지난 5월 합류한 감보아는 투구 폼 문제로 초반 고전했지만 7경기 6승 1패 ERA 2.11의 성적을 냈다. 6월 최우수 선수(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후반기 롯데가 더욱 순위를 끌어올리려면 나균안, 이민석 등 국내 선발진의 부활이 절실하다. 또 마무리 김원중이 24세이브 ERA 1.64로 분전하고 있지만 중간 계투진이 받쳐줘야 한다.
디펜딩 챔피언 KIA는 전반기를 4연패로 아쉽게 마감했지만 아직 가을 야구를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4위 KIA는 롯데와 1.5경기, 1위 한화와는 7경기 차다. 김도영, 나성범, 김선빈 등 부상자들이 복귀하면 후반기 도약을 바라볼 수 있다.
5위 kt와 6위 SSG 역시 팀 ERA 3위(3.65), 2위(3.49)의 강력한 마운드로 후반기 반격을 노린다. 승률 5할 언저리의 7위 NC, 8위 삼성도 가을 야구 합류를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다만 감독이 시즌 중 물러난 9위 두산, 10위 키움은 내년 시즌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