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언어로 규정했을 때의 그 불완전함, 노자 '도덕경' 1장에 보면 "도가도 비상도(道可道, 非常道), 명가명 비상명(名可名 非常名)(도를 도라고 하면 이미 도가 아니고, 어떤 것에 이름을 붙이는 순간 이미 그것이 아니다)" 그 테마거든요. 사실은 김용옥 선생 강의를 듣고서, 그의 저서 '노자가 옳았다'에서 이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근데 너무 재밌더라구요."
"영원불변한 어떤 그런 것들, 그게 이제 개념적으로 하면 안 변하지 그게 머릿속에 있는 거니까. 그런데 얘는 피고 지고, 피고 지고 하거든요. 그 시간 안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항상 변하는데 그 사이클로 이렇게 계속 있는 거죠. 그러니까 맨드라미가 있어서 여기에 올해 맨드라미가 다르고 내년 맨드라미가 다른 거죠. 순환은 하는데 그래서 이제 동양의 어떤 철학이나 자연관을 이게 의미하는 거고…"
벽화 속에 갇혀있는 꽃은 불변하는 절대적 대상, 또는 이상적 이념 속에 갇혀있는 허상(虛像)으로 은유됐고, 그 벽에 기대어 성장과 소멸을 이어가는 맨드라미나 달개비꽃, 오이꽃은 필연적이고 본능적으로 실존하는 자연의 실체를 상징한다.
활짝 핀 벽화 속 '꽃'이 결코 지지않는 '불멸'의 이상적 이미지라면 그 언저리에서 뿌리내리고 자라나 소리없이 꽃피우고 스러져가는 '풀꽃'들은 생명과 소멸을 끊임없이 순환하는 실체적 존재로 대비되면서 '지지않는 꽃'이 품고 있는 '영원성'을 표현했다.
전통 기법과 현대적 감각이 결합된 독자적 화풍을 구축하며 한국화의 지평을 넓혀온 김선두 화백의 개인전이 8월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밈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밈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이다.
전통 재료인 장지에 먹과 채색을 수십 번 반복해 쌓아올려 덧입히는 방식으로 현대적 한국화의 지평을 넓혀온 김 화백은 임권택 감독 영화 '취화선'에서 배우 최민식이 연기한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1843~1897)의 그림 대역을 맡았고, 김훈 소설 '남한산성' 표지화를 그려 유명세를 탔다.
'낮별' 연작은 참새, 곤줄박이, 개개비가 반짝이는 빈 과자 봉지를 노려본다.
배경에는 별이 무수히 떠 있다. 햇빛에 가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낮에도 존재하는 별을 그려냈다.
새는 욕망을 쫒는 우리 자신에 대한 은유를, 낮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을 의미한다.
"고향에서의 어린 시절. 그믐날의 밤길은 무서웠다. 어쩌면 우리네 삶의 길은 어두운 밤길처럼 무섭고 힘들고 고독한 길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 어둔 밤길을 걸어갈수 있음은 밝은 보름달이 함께 하기 때문은 아닐런지. 어둠이 깊을수록 달은 더욱 밝게 빛난다. "
원색의 푸른 바탕 위에 흩어져 있는 별들, 선으로만 나타낸 언덕과 나무, 길 그리고 빛으로 가득 차오른 보름달을 바라보며 홀로 걸어가는 사람.
소설가 양선미와 시인 이선식을 그린 인물화 '아름다운 시절'도 눈여겨볼 만하다.
김선두 화백은 1984년 20대 중반의 나이에 중앙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하며 미술계에 본격 진입했고, 이후 석남미술상(1992), 부일미술대상(2004), 김흥수 우리미술상(2009), 서울특별시 문화상(2019) 등 주요 미술상을 받았다.
중앙대 한국화과에서 학사·석사를 마치고, 1994년부터 30년간 같은 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길렀다.
제자들은 그의 열정적인 지도와 헌신에 대해 훌륭한 '스승'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정년 퇴임 이후 더욱 작업에만 매진한다는 김 화백은 최근에도 미국, 카타르, 중국 등 해외 곳곳을 다니며 한국화의 매력을 더 많이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