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시절 일장기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해야 했던 한국 선수 9명에 대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홈페이지에 한국 이름을 병기하고 역사적인 설명을 추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IOC 홈페이지는 1936년 베를린올림픽 남자 마라톤 금메달을 따낸 고(故) 손기정 옹에 대해 일단 'Kitei SON'이라는 일본 영어 이름으로 표기돼 있다. 그러나 고인의 설명에는 'Sohn Kee-chung of Korea (South Korea)', 즉 '한국(남한)의 손기정'이라는 영어 표현이 나온다.
또 IOC는 고(故) 남승룡 옹에 대해서도 "한국인 동료 남승룡(Korean Nam Seung-yong)"이라고 표현했다. IOC는 "1935년 11월 3일 대한민국의 손기정 선수는 2분26초42의 세계 마라톤 기록을 세웠다"면서 "당시 한국은 일본군에 점령되어 있었기 때문에 손기정 선수의 1936년 올림픽 출전 희망은 일본 대표팀에 선발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IOC는 역사적인 배경에 대해서도 전했다. IOC는 "동료 한국인 남승룡 선수와 마찬가지로 이 업적을 이루었다"면서 "두 젊은이 모두 일본 이름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다(그의 참가 기록은 일본 이름 손 키테이로 기록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상식에서 손기정 선수가 일장기가 게양되고 일본 국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자신의 승리를 지켜봐야 했다"면서 "손기정과 남승룡 선수는 고개를 숙여 묵묵히 항의 의사를 나타냈다"는 당시 상황도 묘사했다.
그동안 IOC는 이들에 대해 일본 국적에 일본어 이름으로만 표기해왔다. 그러나 2011년 손기정 옹에 대해서는 한국어 이름을 병기했고, 이번에 일제 시대에 일본 국적으로 올림픽에서 뛸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 추가됐다. IOC는 남승룡 옹에 대해서도 "당시 한국은 일본군의 점령 하에 있었기 때문에 올림픽 참가 기록이 일본 이름으로 남은 것"이라고 수정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14일 CBS노컷뉴스에 "사실 다른 국가 선수들도 식민지 시대에 조국의 이름으로 올림픽에 뛰지 못한 사례가 많기 때문에 이름 병기 등의 수정은 지극히 어렵다"이라면서 "그러나 국회와 체육회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IOC가 이례적으로 변경을 해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제 강점기 하에 일장기를 달고 뛴 것은 역사적인 사실이기 때문에 국적까지 바꾸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이에 대한 설명과 한국어 이름 병기도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외에도 7명의 올림픽 출선 선수들에 대한 이름과 국적이 병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1932년 LA 올림픽 마라톤 김은배, 권태하 옹과 1936년 베를린올림픽 농구에 출전한 대한농구협회 창립의 주역인 한국 농구 대부 이성구, 여자 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낸 장이진 옹, 복싱 이규환 옹과 그해 독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 나섰던 김정연, 이성덕 옹 등이다.
체육회 관계자는 "지난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 감사에서 배현진 의원이 올해 광복 80주년을 앞두고 중요한 사안이라며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다"면서 "IOC에도 서한을 보내 수정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어 "체육회도 IOC에 요청해 결국 올해 초 수정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1936년 당시 농구 염은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장우식 옹에 대해서는 아직 한국어 이름과 국적이 병기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체육회는 IOC에 이들에 대해서도 같은 요청을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