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안전하게 집으로"…새로운 투자 기준된다[계좌부활전]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적 186명, 찬성 183명, 반대 3명으로 통과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투표에 불참했다. 박종민 기자

노란봉투법이 지난 24일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와 노동쟁의의 범위를 확대하고, 개인을 대상으로 한 불법쟁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경영계는 극도의 혼란과 불확실성이 닥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합니다. 반면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과 함께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고요.
 
주식시장에서는 로봇 섹터로 '반짝 수급'이 쏠렸습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11%, 로보티즈 30% 등 주요 로봇주는 단기 급등에 한 뒤 상승폭의 대부분을 반납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렇다면 노란봉투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은 앞으로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일각의 우려처럼 기업 철수나 투자 축소로 한국 경제가 망하게 될까요. 아니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4년 차인 현재도 인명사고와 같은 중대재해가 끊이질 않는 것처럼 제한적 영향에 그칠까요.
 
한화투자증권 박세연 연구원은 투자 패러다임이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박 연구원은 "ESG 영역에서 오랜 시간 일해온 필자가 가장 무력감을 느꼈던 순간이 생명의 가치가 PER 배수 앞에서 한없이 가벼워질 때를 목격할 때"라며 "지속가능한 경영을 설파하면서도 가장 지속가능해야 할 인간의 생명 앞에선 침묵하는 아이러니, 이것이 이 업계의 쓸쓸한 현실"이라고 합니다.
 
그는 기업의 사고나 산업재해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유로 "시장이 관심 없기 때문"이라며 "누군가의 죽음이 기업가치 평가에서 단순한 '노이즈'로 처리되는 현실, 우리 자본시장이 애써 외면하는 불편한 진실이다"라고 꼬집었습니다.
 
따라서 노란봉투법이 시장의 무감각에 '균열'을 낼 수 있는 변수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제 경영 리스크가 커진 만큼 투자자는 더 높은 리스크 프리미엄(주가)을 요구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주주행동주의와 결합한 사례도 있습니다.
 
행동주의펀드 오아시스는 일본 건설 대기업 안도 하지마를 상대로 사회적 책임(S) 일환으로 건강과 안전경영 관련 조항을 정관에 명문화하고 안전 분야 등의 외부 전문가에 기반한 이사진 구성 등을 요구했습니다. 3년 6개월 동안 이어진 캠페인 기간 주가는 40.7% 상승했고요.
 
또 엘리엇은 선코어 에너지에 안전관리 강화와 안전과 ESG 분야 외부 전문가들로 이사회 및 경영진 교체를 요구했는데, 회사가 이를 수용하면서 주가가 31.6% 올랐습니다. 중대재해와 사망사고 건수도 현저하게 감소했습니다.
 
박 연구원은 "반복적인 중대재해와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겪은 기업은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새로운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며 "반복되는 안전관리 실패는 재무적 가치 훼손뿐만 아니라 경영진과 이사회의 무능력함을 드러내며 주주들의 불만을 야기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가치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은 "훌륭한 경영자는 훌륭한 주가를 만들어내고, 형편없는 경영자는 형편없는 주가를 만들어낸다"고 했습니다. 워런 버핏, 피터 린치, 필립 피셔, 하워드 막스 등 수많은 월가의 전설들도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경영자의 능력을 꼽았습니다. 물론 경영자의 능력 중 하나는 산업재해와 같은 비재무적 리스크 관리를 포함하고요.
 
산업재해 근절은 이재명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입니다. 코스피 5000 달성도 마찬가지고요. 결국 ESG 관점에서 두 과제는 하나의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박 연구원의 분석처럼 투자자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준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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