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무대를 잠시 떠나 엘리트 체육 현장에서 유망주 발굴에 힘쓰고 있는 후인정 감독이 "새로운 재미를 찾았다"며 활짝 웃었다.
지난 2021-2022시즌 남자 프로배구 KB손해보험 지휘봉을 잡은 후 감독은 부임 첫해 팀을 창단 첫 챔피언 결정전 진출로 이끌며 지도력은 인정받았다.
하지만 2023-2024시즌 도중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 사퇴했고, 이후 약 1년 공백 끝에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난 6월 남고 배구 명문 수성고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처음으로 엘리트 체육 현장을 누비게 됐다.
제36회 CBS배 전국중고배구대회가 한창인 3일 경북 영천시의 영천체육관. CBS노컷뉴스와 만난 후 감독은 "앞서 2개 대회를 치르고 올해 마지막 전국대회인 CBS배에 참가했다"며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왔다"며 다부진 각오를 내비쳤다.
KB손해보험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 어떻게 지냈냐는 질문에는 "일단 휴식을 취했다. 쉬면서도 지도자 생활을 계속 하고 싶어서 해외 무대를 한두 군데 알아봤지만 잘 안 풀렸다"며 "그러던 찰나에 수성고에서 연락이 와서 감독직을 수락했다"고 답했다.
처음 맡는 고등학교 팀인 만큼 고민이 많았을 터. 후 감독은 "(고민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하지만 수성고가 어려운 시기라고 해서 팀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오게 됐다. 선수들도 잘 따라주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경기대 코치와 감독도 역임했지만, 고등학교 팀은 그동안 지도했던 팀과 많이 달랐다.
후 감독은 "프로는 완성된 선수들이 오는 곳이고, 대학 선수들도 어느 정도 준비된 상태로 온다. 하지만 고등학생 선수들은 지도자가 잘 이끌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차이가 재미있는 것 같다"면서 "완제품을 갖고 지휘하는 것보다 조금 덜 성숙한 선수들을 성장시키면서 실력이 향상되는 걸 보는 게 더 재미있다"며 씨익 웃었다.
수성고는 김학민 IBK기업은행 코치, 한태준(우리카드), 윤서진(KB손해보험) 등 프로 선수들을 두루 배출해 온 배구 명문고다.
배구 명문의 명성을 이어가겠다는 후 감독은 "항상 어느 팀을 가든 철학은 똑같다. 선수들이 즐거워야 하고, 재미있게 배구를 해야 보는 분들도 즐겁다"며 "선수들이 코트 안에서 즐겁게 배구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좋은 환경을 만들다 보면 많은 중학생 선수들이 수성고를 많이 찾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영천체육관에서 펼쳐진 대회 18세 이하 남자부 8강전에서는 수성고가 천안고를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파하고 준결승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