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국가조찬기도회 60년 흑역사…"정교유착의 핵심 고리"



[앵커]
최근 국가조찬기도회 회장 이봉관 장로와 부회장 이배용 권사의 뇌물 수수와 부정창탁 의혹이 불거지며 사회 전반에서 국가조찬기도회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교계 내에서도 그동안 국가조찬기도회가 종교와 정치권력의 유착 고리로 작용하며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왜곡해 왔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데요.

국가조찬기도회의 지난 50 여 년을 돌아봤습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자]
국가조찬기도회는 지난 1966년 박정희 정권 시절, '대통령조찬기도회'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됐습니다.

출범 당시부터 정치 권력과 밀접히 연결되며 군사독재 정권을 공개적으로 지지했습니다.

1969년 기도회에서 목회자들은 "하나님이 혁명을 성공시켰다"며 독재 정권을 미화했고, 유신 발표 직후인 1973년 기도회에선 "10월 유신은 하나님의 축복을 받아 기어이 성공시켜야 한다"고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전두환, 노태우 정권 시기에도 국가조찬기도회는 군사독재 정권을 찬양하는 행사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1980년에 열린 '전두환 국보위 상임위원장을 위한 조찬기도회'에선 목회자들이 전두환을 '여호수아'에 비유하며 '어려운 시기에 막중한 직책을 맡아 사회악을 제거하고 정화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기도했습니다.
 
[정진경 목사 / (1980년 8월 6일 조찬기도회)]
"간절히 원하옵는 것은 그에게 건강을 허락해 주시고, 또 인간의 차원을 넘는 하나님의 지혜와 용기를 그에게 허락해 주시고, 그의 신변을 보호해 주시며 또한 언제나 모든 권세를 주시고…"

개신교 목회자들이 앞장서 광주 민간인 학살까지 정당화하며 전두환 정권의 권력 장악 기반을 마련해 준 셈입니다.

[전두환 / (1980년 8월 6일 조찬기도회)]
"과열된 정치활동 그리고 일부 학생들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급기야 불순분자들의 배후조정에 의한 광주사태까지 일어났던 것입니다."


이처럼 국가조찬기도회는 교회가 독재 정권에게 정당성을 부여해주고, 정치 권력의 특혜와 비호 아래 성장하는 '정교 유착'의 핵심 고리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유착 관계가 오늘날 극우 기독교 현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민주화 이후 2000년대 들어 국가조찬기도회는 사단법인으로 전환하며 변화를 시도했지만, 여전히 정치인· 기업인· 군 장성· 대형 교회 목사들이 주축을 이루며, 권력과 자본이 결탁된 행사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때엔 '무릎기도' 논란이, 박근혜 전 대통령 때엔 '대통령 미화'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엔 당시 비상계엄을 준비하던 시기의 윤석열 전 대통령과 계엄 사령관으로 임명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등이 참석한 사실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 회장 이봉관 장로와 부회장 이배용 권사의 뇌물 사건이 드러나며 국가조찬기도회가 부정 청탁의 창구 역할을 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교계에서는 "예언자의 목소리를 잃어버린 교회와 불의한 권력의 유착은 우리 사회 민주주의 발전에 걸림돌이었을 뿐만 아니라, 이젠 선교의 문까지 닫아버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종훈 교수 / 연세대학교]
"독재자를 향해 예언자적인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독재자를 오히려 미화하고 격려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던 것이지요. 이런 부끄러운 역사를 공개적으로 회개한 적 없이 한국 교계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특권의식 가운데 유지해 온 것이 국가조찬기도회가 아니었나 싶어요. '정교 유착'은 사실상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지요."

무엇보다 "국가조찬기도회의 민낯이 드러난 지금, 흑역사를 직시하고 회개해야 할 때"라며 "50년 넘게 지속된 이 거대한 유착 고리를 이제는 과감히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편집 서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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