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생세탁소'는 정체성 찾을 수 있는 가족 영화"

[시사매거진제주=영화 '인생세탁소' 문숙희 감독]
"1988년 탑동매립과 해녀 투쟁 그린 가족영화 제작해 화제"
"5·18영화제 최우수작품상, 러시아 국제영화제 2관왕 수상"
"한국영화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이후 영화진흥위원회 제작지원 제작"
"제주 영화 제작하기 어려운 환경, 장비 부족, 예산 지원 부족 등 개선 필요"
"저예산 독립영화 어려운 제작 환경 감독들끼리 품앗이 제작하기도"
"국내외 10곳 영화제 초청받아 홍보…내년 개봉 목표"

문숙희 영화감독. 제주CBS 박혜진 아나운서

◇박혜진> 제주에서 펼쳐지는 영화의 향연인 제20회 제주영화제가 지난달 24일부터 열리고 있습니다. 개막작으로 '인생세탁소' 작품이 선보였는데 이 작품은 1988년 탑동매립과 해녀들의 투쟁과 따뜻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어서 더 화제가 됐습니다.
 
오늘 '인생세탁소'를 제작한 문숙희 감독을 만나봅니다. 이 영화에 대해 소개해 주시죠.
 
◆문숙희> 가족영화라고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탑동이 매립되면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진 상황에서 어떤 계기로 다시 탑동에 모여 살면서 펼쳐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박혜진> 이 영화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어떤 부분이었습니까?
 
◆문숙희> 저희 영화가 한국 영화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되고 영화진흥위원회 제작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영화인데요. 원제목은 '빛나는 유산'으로 참여했었거든요.

그런데 편집 과정에서 '인생세탁소'로 바꾼 경우인데 '빛나는 유산'이라고 처음 정한 이유는 탑동이 저희 부모님의 고향입니다. 특히 시나리오를 쓸 쯤 저희 아버지가 몸이 굉장히 안 좋으셨어요.

표현도 안 하시고 사랑 표현도 안 하시던 분인데 굉장히 아프시고 약간 치매기가 오셨는데 사람이 이렇게 다정다감할 수가 없어요. 평상시 아버지 모습이 아니신 거예요. 그래서 대체 아버지의 삶이 어떠했길래 아버지를 이렇게 억척스럽게 만드셨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아버지의 뒤를 좀 따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아버지 흔적을 찾고 싶어서 돌아다니다가 저는 탑동이 매립되면서 해녀분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근데 우연히 길거리에서 해녀분을 만난 거예요. 저는 그 순간 기적이라고 생각했었어요.

탑동 콘크리트 바닥 위를 물질끝낸 해녀분이 걸어가시는데 해녀분들을 보는 순간 이곳의 이야기를 해야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동네 해녀분들을 만나서 다양한 얘기를 나누게 되면서 이 작품이 시작된겁니다.
 
◇박혜진> 영화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었습니까?
 
◆문숙희>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 중 사라져버린 것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제주도에서 부모님 세대가 지키고자 했던 것들, 우리가 지켜 나가야 될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고요.

그 바탕 위에는 아무리 많은 것들이 변화하지만 가족의 사랑만이 우리 모든 것들을 지켜 나갈 수 있는, 우리의 정체성을 찾아갈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지 않을까 하는 그런 가족의 사랑, 우리가 지켜야 되는 신념 같은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박혜진> 제주에서 영화 제작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거 같은데 어떠셨습니까?
 
◆문숙희> 맞아요. 제가 인생세탁소를 찍으면서 달리(이동형 촬영장비로 카메라를 움직이는 장비)에 한이 맺혔거든요. 일단은 영화를 찍으면서 장비들이 만만치가 않고요. 고가의 촬영 장비를 저희들이 다 살 수는 없잖아요. 그 기간 동안 렌탈해서 사용해야 되는데 제주도에 갖고있는 장비가 너무 한정적이에요.  

그나마 촬영 감독님이 감정신 같은 경우 핸드 핸들로 들어가고 촬영 로케이션 현장에 대해서 공간감을 주려고 최대한 노력을 많이 했었고요. 촬영장비 달리가 없어서 굉장히 힘들었던 것 같아요.

솔직히 제주도에서 촬영하는데 인프라도 한정적이다보니 다른 지역에 있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아니면 제주도에서 활동하는 감독님들끼리 품앗이 형식으로도 도움을 받을 수 있긴 하지만 장비 문제는 제주콘텐츠진흥원 같은 곳에서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문숙희 영화감독. 제주CBS 박혜진 아나운서

◇박혜진> 영화 제작에 재정적 지원도 상당히 중요한데 제주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데 도움받기가 쉽지 않다구요?
 
◆문숙희> 영화라는 매체 자체가 제작하려면 돈이 많이 들어가거든요. 영화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잖아요. 배우와 스텝들의 인건비, 영화 촬영하는 기간 숙박비 등이 많이 들어가는데 제주콘텐츠진흥원에서 제작 지원을 해주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충분한 예산이 되지 못해요.

그렇다고 제주도에 업체나 기업체가 많아서 손 벌릴 수 있는 상황도 못 되는 지역적인 현실도 있어서 정말 좋은 시나리오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작비 때문에 못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고요.

저희는 정말 운이 좋게 중앙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제작 지원을 받게 되어서 그 비용으로 배우들이나 스태프분들에게 인건비와 개런티도 줄 수 있었습니다만 제주 영화들이 만들어지려면 이런 부분에 대한 예산을 확대하고 관심을 가져주셔야 제주영화나 영화인들이 앞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혜진> 촬영 현장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인상적인 순간이 있으셨나요?
 
◆문숙희> 영화 중간 부분에 개발업자가 탑동을 다시 개발하려는 음모가 꾸며지는데 마을 주민들이 막아서는 장면이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동원돼야 되는 상황이었거든요. 그 장면에 동원된 분들이 전문 배우가 아니고 동네 이장님과 지역 주민들이 오신 거예요.

그날 촬영 현장에 포크레인 중장비도 동원되고 굉장히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을 해서 전날부터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었거든요. 근데 촬영 전 그 분들에게 탑동이 더 이상 망가지는 게 싫다, 지금 여기 계신 분들이 망가지는 거를 막아야 된다는 마음으로 연기해달라고 부탁드렸는데요.
 
제가 '액션' 하는 순간 지역 주민들이 몰입하셔서 그 순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서 팔을 쫙 펼치면서 막아서는 거예요. 모두가 비 전문배우이신데 두 번 만에 끝냈어요. 그 순간 정말 소름 돋았고 모든 스태프들이 그 장면이 끝난 후 박수를 쳤거든요.
 
◇박혜진> 영화 '인생세탁소'는 국내외에서 상을 받으면서 이목을 끌었는데요. 5·18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 러시아 국제영화제에서 2관왕을 수상하기도 했고 여러 영화제에서 초청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관심 받으실 거라 예상하셨어요?
 
◆문숙희> 국내영화 그리고 저예산 독립영화가 많은 영화제에 초청이 된다는 거는 정말 저희로서는 너무 감사드리는 일이거든요. 지금까지 10군데 넘는 영화제에 초청이 됐어요.

저희처럼 저예산 독립영화가 영화제에 가는 이유는 홍보 목적이거든요. 상업 영화도 아니고 홍보 비용도 없는 상황에서 많은 영화제에 가서 관객분들에게 알릴 수 있어서 정말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문숙희 영화감독. 제주CBS 박혜진 아나운서

◇박혜진> 제주에선 언제쯤 개봉할 계획인가요?
 
◆문숙희> 제주도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저희들끼리 어떻게 끌고 나가야 되는 상황인데 내년 초 개봉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혜진> 앞으로의 계획은요?
 
◆문숙희> 시나리오는 늘 준비하고 있고요. 영화 현장이 너무 힘들어요. 넷플릭스나 OTT로 다들 가는 분위기라 저희 독립 영화 감독들도 이대로 가다가 도태될 것 같다는 얘기를 하거든요.
 
하지만 몇몇 감독님들이 우리들이 모여서 품앗이라도 하면서 계속 작업하자. 질기게 살아남자라는 생각갖고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려고 하고 있고요. 대중과 교감하며 꾸준히 좋은 이야기들을 찾아서 시나리오 쓰고 대중과 만나려고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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