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대형 관급 공사에 참여하는 지역 기업 비율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공사를 수주할 자격을 갖춘 건설사가 줄었기 때문인데, 악순환을 막기 위해 현실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부산시는 지난 1일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북측진입도로(장낙대교)' 건설 사업 시공자를 선정하기 위한 공개 입찰을 시작했다고 8일 밝혔다. 장낙대교는 부산 강서구 생곡동과 명지동 에코델타시티를 잇는 1.5㎞ 길이의 다리로 전체 사업비만 1470억 원에 달한다.
시는 지역 의무 공동 도급제에 따라 전체 사업의 38%를 부산지역 업체에 발주할 예정이다. 애초 지역 참여 비율을 통상적인 수준인 49%로 추진했지만, 조달청 등과 협의 끝에 비율을 하향 조정했다.
지역 의무 공동 도급제는 지방계약법 등을 근거로 지역 기업 상생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시행하는 제도다. 지역에서 발주한 대규모 관급 공사의 공동 시공자에 해당 지역 기업을 반드시 포함하는 것으로, 대기업이 전체 지분의 51%를 갖고, 지역 기업은 49%를 맡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해 사업 참여 기준을 충족하는 건설 업체가 크게 감소했고, 이 때문에 지역 시공 비율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방계약법은 지역 관급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업체의 시공능력평가액이 전체 공사비 중 지역 업체가 수주하는 공사 금액(비율)을 넘어야 하고, 이 자격을 갖춘 업체가 10곳 이상 돼야 지역 업체와 공동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장낙대교 공사의 경우 지역 참여 비율을 49%로 정할 경우 이를 수주할 수 있는 부산지역 업체는 단 5곳에 불과하고, 40%로 낮춰도 8곳뿐이다. 지역 기업을 사업에 참여시킬 수 있는 일종의 '마지노선'이 38%라는 설명이다.
부산시 도로계획과 관계자는 "지역 기업을 돕기 위해 관련 법령안에서 도급 비율을 최대한 높이려 하고 있지만, 참여 자격을 갖춘 업체가 줄어들어 비율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참여 비율을 높이게 되면 소수의 업체만 참여해 입찰 참여자가 특정되고, 공정한 경쟁 입찰이라고 보기도 힘들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부산도시공사 역시 같은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공사는 지역 최대 규모의 관급 발주 사업인 서부산 행정복합타운 사업을 추진하며 지역 건설사 참여 비율을 49%로 정했다.
하지만 노조를 비롯한 공사 내부에서 규정과 원칙을 어긴 의사 결정이라며 거센 반발이 터져 나왔다. 지역 참여 비율을 49%로 정할 경우 사업 참여 자격을 갖춘 업체가 7곳에 불과해, 관련법과 규정을 어기게 된다는 지적이었다.
공사는 모든 책임을 경영진이 지겠다는 약속까지 내걸었지만 내부 구성원을 설득하지 못했고, 결국 참여 비율을 39%로 낮추기로 잠정 결정한 뒤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도시공사 관계자는 "관련 규정을 어기게 되면 업무를 맡은 일선 직원들이 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우려가 많았다"며 "지역 기업을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내린 결정이지만 문제의 소지가 있고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아 이를 재검토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지역 참여 비율이 줄어들면 사업당 수백억 원에 달하는 사업비가 서울 등지의 대기업으로 유출되고, 이 때문에 지역 건설사의 실적과 시공평가액은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의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산은 전국에서도 특히 건설 경기가 나쁜 상황인데,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결국 경기 침체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역 의무 공동 도급 제도가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도 정비 등 보다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