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을 다투는 한국 소프트테니스(정구) 대표팀이 17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다부진 출사표를 던졌다. 워낙 일본, 대만 등 라이벌들이 강하지만 개최국의 자존심을 세우겠다는 각오다.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회장 정인선)는 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제9회 문경아시아소프트테니스선수권대회 미디어 데이를 열었다. 이번 대회는 오는 14일부터 21일까지 경북 문경시 국제소프트테니스장에서 펼쳐진다.
한국과 일본, 대만까지 세계 3강을 비롯해 25개국 300여 명 선수들이 출전한다. 남녀 단식, 복식, 단체전과 혼합 복식에 이번에 신설된 혼성 단체전까지 8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한국은 남녀 각 10명, 총 20명이 출전한다.
이번 대회는 내년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 전초전 성격을 짙다. 큰 대회를 앞두고 각국의 전력을 탐색할 좋은 기회다. 여기에 2027년 세계선수권대회가 문경에서 열리는 만큼 각국 선수들에게 이번 아시아선수권은 좋은 모의 고사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한국은 지난 6월 안방에서 열린 국제 대회 부진을 씻어야 할 상황이다. '2025 NH농협은행 인천코리아컵 국제소프트테니스대회'에서 '노 골드' 수모에 그쳐 명예 회복이 절실하다.
특히 남자 대표팀은 메달조차 목에 걸지 못했다. 김용국 남자 대표팀 감독은 "대회 이후 노 메달이라 고개를 들지 못하고 다녔다"고 고충을 토로하면서 "선수들의 멘털 훈련에 집중했다"고 설욕을 별렀다.
여자 대표팀은 그래도 단체전과 복식에서 은메달 2개를 따냈지만 모두 종주국 일본에 우승을 내줬다. 고복성 여자 대표팀 감독은 "코리아컵이 하드 코트에서 열려 어려운 과정이었고, 시간이 조금 촉박했다"고 분석했다. 대표팀은 아시아선수권에 대비해 클레이 코트에서 주로 훈련했는데 하드 코트 대비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한국 선수들이 강점을 갖고 있는 클레이 코트에서 펼쳐진다. 여기에 대표팀에 개최지 문경과 인연이 있는 선수들이 적잖다. 홈 코트의 이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여자팀 주장 이민선(NH농협은행)은 문경이 고향이다. 지난해 안성세계선수권 3관왕(단식, 단체전, 복식)에 오른 이민선은 "2008년 대회 때 초등학생이었는데 자원 봉사자로 참여했던 기억이 있다"면서 "익숙한 배경이고, 불편한 점은 전혀 없고 좋게 작용할 것 같다"고 전했다. 문대용(문경시청)도 "고향에서 대회가 열리는데 뜻깊고,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하고 잘 해서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남자팀 주장 서권(인천시체육회)은 "2016년 일본 지바아시아선수권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일본에 졌는데 꼭 우승해서 금메달을 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단식과 단체전 2관왕으로 11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김형준(문경시청)은 "8살 딸이 '포털 사이트에 아빠를 검색했는데 친구들이 부러워해서 자랑스럽다'고 말해 뭉클했다"면서 "반드시 금메달로 딸을 더 즐겁게 해주겠다"고 강조했다.
여자팀 이초롱(옥천군청)은 "처음 국가대표로 발탁돼 국제 대회를 뛰게 됐는데 대문짝 만한 기사가 한번 실리게 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유진(안성시청)도 "땀 흘리고 노력한 만큼 이번 대회 결과를 내고 부상 없이 끝까지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번 행사에는 대회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인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 장한섭 실무 부회장과 주인식 부회장, 김정숙 한국선수단장, 한국실업소프트테니스연맹 최익원 회장 등이 참석해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장 위원장은 "아시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아시안게임에서도 목표한 결과를 이루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고, 김 단장은 "선수들에게 최선의 지원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최 회장은 "예선 선배들의 영광을 재현해 달라"고 강조했다.
문경시에서는 윤상혁 새마을체육과장 등 관계자 4명이 참석했다. 윤 과장은 "성공적 대회 개최를 위해 잠도 제대로 못 잘 만큼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일주일 정도 남았는데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시아선수권은 지난 1988년 창설돼 4년마다 열렸다. 다만 2020년 대회는 코로나19로 취소되면서 2016년 이후 9년 만에 개최된다.
대회는 14일 선수단 환영연과 15일 개회식 뒤 16일 남녀 단식으로 열전에 돌입한다. 오는 21일 남녀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 결승으로 막을 내린다.
주요 경기는 KBS-2TV와 KBS N 스포츠, 채널에서 생중계된다. 개회식에는 박군·마이진·황민호 등 인기 가수들의 축하 공연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