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하루에만 중학교 8곳에 일본발 폭발물 설치 협박 팩스가 전송돼 경찰과 소방 당국이 인력과 장비를 대거 투입해 수색 작업을 벌였다. 공권력 낭비 등 폐해가 심각하다는 우려가 커지자 경찰은 공조 수사에 나서는 등 발신자 추적에 속도를 내고 있다.
9일 부산경찰청과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부산 해운대구 중학교 2곳을 비롯해 북·강서·사하·동·영도·수영구 소재 중학교 각각 1곳 등 모두 8곳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내용의 팩스가 접수됐다.
일본에서 발송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팩스에는 일본어와 영어로 '개조한 폭탄이나 가솔린, 휘발유 등으로 교직원과 학생을 대량 살인할 것'이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초동대응팀을 투입해 수색을 벌였지만 위험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북구의 한 중학교 학생과 교직원 560명이 대피하는 등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도 동구와 남구 소재 고등학교 2곳에 같은 내용의 팩스가 전송돼 학생과 교직원 1천여 명이 인근 교회와 학교로 대피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당시 현장에는 경찰특공대와 군경 등이 투입돼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모두 허위 신고로 판명 났다.
이밖에 주말인 지난 6일 기장군의 한 테마파크를 포함한 전국 주요 테마파크에도 폭파를 예고한 팩스가 전송돼 경찰과 소방 당국이 수색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일본발 테러 협박 사건'은 2023년 8월부터 시작됐다. '가라사와 다카히로'라는 실존 일본 변호사 명의를 도용해 폭발물 설치를 알리는 팩스나 전자우편을 발송하는 방식이다. 경찰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관련 사건은 모두 51건으로, 지난달 접수된 것만 10건에 달했다.
잇단 테러 예고로 경찰 등 관계기관 인력 낭비도 심각한 상황이다. 경찰에 따르면 전날 학교마다 30여 명 규모 초동대응팀이 투입되는 등 경력 300명가량이 투입됐다. 소방 당국 역시 학교 8곳에 소방지휘차와 펌프차 등 각종 장비 40여 대를 비롯해 인력 270여 명을 투입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폭발물이 있을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신고가 접수되면 화재 발생이나 인명피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장비와 인력 등을 투입해 대응하고 있다"며 "일본발 폭파 예고 팩스라 하더라도 현장에 직접 나가 허위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다 보니 소방 인력 소모가 큰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최근 허위 협박이 잇따르면서 내부적으로 '일본발 폭파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등 테러 예고 관련 대응 방침을 일부 조정했다. 또 경찰특공대를 투입하기 전 지역 관할서에서 우선 현장을 확인하고 위험물 수색을 진행하기로 했다. 학생과 교직원 대피 여부는 학교장 재량에 맡겨 일부 학교는 정상적으로 수업을 이어가기도 했다.
경찰은 치안 공백 발생과 사회적 혼란 가중 등 폐해가 커지는 만큼 국제 공조를 통해 발신자 추적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일본경찰청과 협력하기 위해 다음 날인 10일부터 12일까지 경찰청 사이버수사심의관을 단장으로 한 출장단을 일본에 파견할 예정이다. 출장단에는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과 수사팀 등 모두 5명이 포함됐으며 현지에서 실질적인 공조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회적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테러 협박 사건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인터폴과 형사사법공조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미국과 일본의 법 집행기관과도 직접 소통해 발신자를 조기 검거할 수 있도록 수사력을 모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