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가뭄에 시달리는 강원 강릉시의 해갈을 조금이나마 돕기 위한 '연대의 물길'이 흐르고 있다.
십시일반으로 모인 물병만 1만 톤에 이르는 가운데, 지역사회는 "간절한 생명수"라며 감사 메시지를 전했다.
경기·인천 등 전국서 흘러온 '사랑의 물길'
1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와 인천시 등 수도권 대다수 지방자치단체와 일부 민간단체들이 강릉 가뭄 피해와 관련해 식수와 수돗물을 공급하는 등 전방위 지원에 나서고 있다.
우선 경기도는 재해구호기금을 긴급 투입했다. 1만 6천병에 이르는 2L 생수를 강릉에 보냈는데, 이 물은 강릉시 내 식수 공급이 절실한 제한급수 지역에 보급되고 있다.
또 김성중 경기도 행정부지사는 지난 1일 도내 31개 시·군 부단체장 회의에서 8개 지자체에 병입수 지원을, 나머지 23개 지자체에는 생수 지원에 힘을 보태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수원시는 8일 살수차와 급수차 총 5대를 투입해 강릉에 26만 2천 톤에 달하는 물을 공급했다.
광명시의 경우 과거 환경오염 문제로 중단했던 지역 내 '구름산水(수)' 생산 설비에 다시 시동을 걸어, 500㎖ 1만 병을 긴급 마련했다. 안산시는 팔당호를 원수로 사용하는 '상록수(水)' 1.8L 2700병을, 김포시는 자체 병입 수돗물 '금빛수' 1만 병을 강릉에 보냈다.
'물의 도시' 인천시는 검증된 자체 브랜드 수돗물로 통 큰 지원에 나섰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 직접 생산한 인천하늘수 1.8L 5200여 병과 생수 2L 5만 병을 전달하는 내용이다.
한국상하수도협회장이기도 한 유정복 인천시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협회 차원에서도 강릉시에 생수 약 6만여 병과 상하수도 시설 운영 전문가 및 기술 인력을 지원하겠다"며 "현장에서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언제든 함께하겠다"고 강릉 지역사회를 위로했다.
아이들도 나눔 행렬 동행…"작은 온정 모여 큰 물결로"
애타는 가뭄 피해민들을 돕기 위해 일반 시민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경기 과천시에서는 13살 정유찬 어린이가 강릉 유천119안전센터에 택배로 생수 36병을 기부해 사회에 울림을 전했다.
또 신원을 밝히지 않은 강릉시 연곡면의 한 주민은 강릉소방서에 커피와 음료 300개를 보냈고, 이웃 도시인 동해시의 한 시민도 익명으로 이온음료 5박스와 강릉정보공업고등학교 조리제빵과 3학년 학생들이 만든 빵, 커피 50개를 전달했다. 강문동의 한 카페에서도 커피 100잔을 제공해 나눔의 감동을 줬다.
퇴직 소방공무원들로 이뤄진 강릉재향소방동우회 회원 35명은 지난달 31일부터 현재까지 매일 10명씩 교대로 운반급수를 돕고 있다.
이 외에도 자발적으로 봉사에 참여한 이름 없는 380여명이 생수 배부 등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혈관 같은 보급망 따라 전역으로 흐른 '상생 물길'
이처럼 모아진 물은 지자체 보급망을 혈관 삼아 지역 곳곳에 전달되고 있다.
강릉시에 따르면 전날 기준(8월 27일 이후) 가뭄 피해 관련 전국 각계각층에서 기부받은 병물은 모두 633만 개, 9400여 톤으로 집계됐다. 크고 작은 도움의 물길이 1만 톤의 기적을 낳은 셈이다.
강릉시는 우선 학교와 노인·사회복지시설 등 취약시설에 140여만 병을 1차 배부했고, 일반 시민 등을 대상으로 지원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에 더해 각 지자체들과 유관기관 등이 급수차량으로 모은 정수와 원수는 11만 톤에 달한다. 이는 각각 홍제정수장과 주요 취수원인 오봉저수지로 보내졌다.
이날 강릉 경포해변에서 만난 한 식당 사장은 "물을 아끼느라 정수기도 꺼뒀는데 동주민센터에서 보내준 생수 덕분에 겨우 손님을 받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김홍규 강릉시장도 "각지에서 보내주신 생수와 급수차, 여러 기관과 단체, 국민들의 아낌없는 지원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온정의 물길이 낭비되지 않고 요긴하게 쓰일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시는 환경부 장관 방문 이후 화두가 된 도암댐 도수관로 비상 방류에 대해 한시적으로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