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진> 9월1~7일을 양성평등주간으로 보냈습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의 많은 영역에서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에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로 만들기 위해 힘쓰자고 이 기간 다양한 캠페인을 실시했는데요. 제주에는 성평등에 대한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인 제주양성평등교육센터가 있습니다. 오늘은 고보숙 제주양성평등교육센터장과 자세한 얘기 나눠봅니다. 제주양성평등교육센터가 어떤 기관인지 소개해 주시죠.
◆고보숙> 제주양성평등교육센터는 제주지역 성평등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설립된 대표적인 공공영역의 중간지원 전문기관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 양성평등 기본조례 제27조에 근거해서 현재 (재)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위탁 운영하고 있고요. '성별에 따른 차이를 넘어 모두가 존중받고, 제주지역의 성평등한 일상을 함께 만드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박혜진> 제주양성평등교육센터는 주로 어떤 역할들을 하고 있습니까?
◆고보숙> 제주양성평등교육센터는 2020년 9월에 개소했고요. 전국 최초로 유일하게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 지방비 100% 지원으로 설립된 기관입니다. 성평등 정책의 실질적인 실행기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교육센터 역할은 지역 현장과 긴밀히 연계해서 제주에 꼭 필요한 차별화된 사업들을 추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주형 성평등 교육 콘텐츠를 연구·개발하고, 지역 수요에 맞게 맞춤형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며, 전문강사 인력을 양성하고 그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공공이나 시민단체 유관 기관들과 네트워크를 활성화해서 성평등 교육이 제주지역 곳곳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플랫폼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박혜진> 최근에 여성가족부가 주최한 2025년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에서 제주양성평등교육센터가 여성가족부 장관 표창을 수상하셨는데요. 소감이 어떠세요?
◆고보숙> 이번 표창은 지난 5년간 제주지역의 양성평등 인식 확산과 성인지 감수성 향상을 위해 추진해 온 교육 사업과 콘텐츠 개발의 성과를 높이 평가받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공공기관 성평등 조직문화 교육, 성희롱·성폭력 고충상담원 및 심의위원 교육, 그리고 2030세대 젠더 감수성향상 교육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성평등 교육 등은 세대와 조직을 아우르며 지역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박혜진> 지금까지 센터가 거둔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고보숙> 센터가 개소한 이후 가장 큰 성과는 제주지역 성평등교육의 전문성과 지속가능한 전달체계를 마련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공공기관 직원 대상 성인지 교육, 성희롱·성폭력 고충상담원 전문과정 운영 및 제주지역 초등(특화) 양성평등교육 등 다양한 현장 맞춤형 교육을 꾸준히 운영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특히 의미 있는 성과는 전문강사 양성 및 역량 강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주지역은 지리적 특성과 전문 인력 자원의 한계로 인해 안정적인 교육 인력풀 확보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성가족부 산하 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협력해 강사 양성 체계를 구축했고, 지난 5년간 총 29명의 전문강사를 양성·위촉했습니다.
이는 제주지역의 성평등교육 인프라 확충에 크게 기여한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문강사 양성 교육과정에 대한 5년간 총 만족도가 95.0점이 될 정도로 교육 질이 높고, 이러한 결과는 위촉률 향상과 인력 확보의 기반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양성된 전문강사의 강의 역량과 현장 적용 능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역량강화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했습니다. 특히 2024년에는 <성인지 관점의 도시재생!> 콘텐츠를 제작해 강사 역량강화 과정에 포함시켜서 해당 내용을 향후 현장 교육과정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박혜진> 제주도가 성평등지수를 체감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고보숙> 제일 중요한 건 생활 속에서 변화를 경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제도적 지원, 작은 사업장까지 닿는 노동환경 개선, 그리고 청년 세대의 성평등 인식 교육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결국 숫자보다 중요한 건 도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일상에서 성평등을 체감할 수 있느냐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교육센터는 체감형 교육과 콘텐츠를 만들어 추진하고 실행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혜진> 성평등 인식 확산 과정에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인가요?
◆고보숙> 아직도 성평등을 여성만의 문제로 바라보는 인식이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성평등은 남성과 여성이 모두 함께해야 가능한 사회적 과제인데, 여전히'여성의 권리 문제'로만 좁혀 보는 경우가 있어서 이런 인식을 바꾸는 게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박혜진> 센터에서 활동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였나요?
◆고보숙> 보람을 느낀 순간은 상당히 많지만 그 중 지난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콘텐츠(카드뉴스) 오디오 녹음을 제작해 배포했는데요, 제주여성가족연구원 문순덕 원장님께서 시각장애인 복지관을 방문하셨다가 현장에서 시각장애인들 관련 애로사항들을 듣고 오셨고 저희 센터에 공유해 주셨습니다.
'장애인들을 위한 콘텐츠를 고민해 보면 어떻겠느냐'라고 다양한 자문을 주셨는데 그 내용들을 참고해 제작된'동화속 젠더이야기'를 제주시각장애인 복지관 맞춤형으로 콘텐츠를 제작했습니다.
또 다른 사례는 공공기관의 교육을 받은 직원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들을 때, 학교 현장의 교육을 참관한 선생님들이 '막막했던 양성평등 교육을 잘 풀어내 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했을 때도 보람이 느껴지더라구요.
양성평등교육 전문강사들 중에는 저희가 개발한 강의교안과 콘텐츠를 직접 활용하면서 도움이 많이 된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현장에서 작은 변화를 확인할 때입니다.
교육 하나가 단순히 지식 전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다시 쓰이고, 더 많은 기관과 도민들에게 확산된다는 걸 체감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험이야말로 센터를 운영하면서 얻는 가장 큰 보람입니다.
◇박혜진> 앞으로 제주양성평등교육센터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은 무엇인가요?
◆고보숙> 단기적으로는 다양한 대상을 위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들과 콘텐츠들을 더 많이 개발하여 강의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특히 올해 시범적으로 원도심 5개교(한천초, 북초, 광양초, 남초, 일도초)를 대상으로 초등교육과 연계한 '초등 양육자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했는데요. 특히 양육자 대상 교육은 아버지 양육자들의 피드백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아들과 딸에 대한 고정관념이 많이 바뀌는 계기가 되어서 좋았다.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등 긍정적 피드백을 토대로 확대 진행해 보고자 합니다.
또 하나는 2030청년 대상의 '성평등을 위한 전환의 남성성'이란 주제의 교육들을 확대 기획해 실행해 보고자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무엇보다 성평등을 여성만의 과제가 아니라 남성과 함께 해결해야 할 공동의 과제로 바라본다는 점에 착안하여 확대 진행해 보고자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제주지역 강사 역량강화 및 환류체계 고도화, 공공 및 시민단체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력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제주지역 문화적 특수성을 반영한 체감형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해 정책이 현장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사업 발굴에 힘쓸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