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를 쓸 때 '홍이' 역으로는 오직 장선 배우만을 생각했다."
"변중희 선생님은 '작은 빛'이라는 영화에서 처음 뵀는데 '저 배우분은 도대체 어디에 계셨던 거지!'라는 감탄이 들 정도로 놀랐다."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며 화제를 모은 영화 '홍이'를 더욱더 기대하게 만드는 비하인드가 나와 눈길을 끈다.
'홍이'는 돈 때문에 평생 미워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는 엄마와 강제 동거를 시작하게 된 홍이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지난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홍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황슬기 감독은 "'홍이'는 평소에 영화에서 볼 법하지 않은 이상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그리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영화"라고 작품의 시작점에 관해 말했다.
이어 "의문스럽고, 속을 알 수 없고, 마음을 주기 어려운 사람인데 그런 모습이 보통의 사람들이 잘 내비치지 않고 숨기고 싶어 하는 모습과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캐릭터를 구축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홍이'에는 독립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 장선과 변중희가 출연해 엄마와 딸로 호흡을 맞췄다.
장선은 돈이 급해 엄마 서희를 요양원에서 집으로 데려오는 딸 홍이 역을 연기해 놀라울 정도로 섬세한 열연을 펼쳤다.
장선은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님과 미팅했을 때 '홍이가 미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얘길 나눴다"며 "홍이의 경우 무조건적으로 응원하기 어려운 모습을 갖고 있는데, 사실 그런 부분이 아주 특별하다기보다는 우리 안에 숨겨져 있는, 혹은 누군가에게는 보여줬을지도 모르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주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장선은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통과 거짓말'로 올해의 배우상을 거머쥐고, 독립영화 '해피뻐스데이' '바람의 언덕' '비밀의 언덕' 등 다수의 독립영화에서 활약하며 믿고 보는 독립영화계 대표 배우로 등극했다.
또한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주연의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비롯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ㅇ난감',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S라인' 등 장르 불문 다채로운 연기를 펼쳐 깊은 인상을 남겼다.
황슬기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 '홍이' 역으로는 오직 장선 배우만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장선 배우님의 작품을 많이 봤는데 아주 보편적인 얼굴로 특별한 인물을 연기하시고, 특별한 얼굴을 하고 계시면서도 아주 보통의 인물을 연기하시는 모습이 놀라웠다"며 "그래서 약간 어긋난 결을 지닌 '홍이'라는 인물을 잘 담아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전했다.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과 SBS 연기대상 신스틸러상을 받으며 데뷔 후 크게 주목받은 변중희는 장선이 맡은 딸 홍이의 엄마 서희로 변신해 딸에게 솔직할 수 없어서 모진 말을 내뱉는 냉랭한 모습을 선보인다. 어떤 상황에서든 할 말은 하는 도도한 서희는 기존 변중희가 연기했던 캐릭터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예고한다.
변중희는 "서희는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인물"이라며 "딸을 향한 아주 뜨거운 사랑을 갖고 있지만 그 마음을 아주 차갑게 표현하는 엄마"라고 설명했다. 이어 "첫 촬영 당시 말투가 의도치 않게 친절하게 나와서 감독님께서 덜 친절하게 해달라는 주문을 했다"는 비하인드를 밝혔다.
황 감독은 "변중희 선생님은 '작은 빛'이라는 영화에서 처음 뵀는데 '저 배우분은 도대체 어디에 계셨던 거지!'라는 감탄이 들 정도로 놀라서 언젠가 꼭 작품을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었는데 '홍이'로 만나게 되어 무척 기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첫 만남에서 삶에 관한 이야길 많이 나누었는데, 연기와 캐릭터뿐만 아니라 선생님의 삶의 일부 중 '서희'와 밀접하게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만난 게 정말 기적 같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장선은 변중희와 모녀로 호흡을 맞춘 경험에 관해 "촬영하면서 선배님의 눈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그 상황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느껴졌다. 정말로 저를 딸로 바라봐 주고 계셨다"라고 말했다.
특히 "촬영 중간중간에 자연스럽게 현장에서 추가되거나 새롭게 만든 대사들이 있었다"며 "그럴 때마다 선배님께서 삶을 관통하는 대사들을 해주셔서 연기하는 데 정말 큰 자극이 됐다"고 전했다.
변중희 역시 "장선 배우는 진심으로 가슴에 와닿는 연기를 하는 배우여서 정말 내가 낳아서 기른 딸 같은 모습을 갖고 있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굉장히 폭발하듯이 증오하는 연기를 하는 것을 보고 연기적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래서 '홍이'로 황슬기 감독이 저를 불러 주시고 장선 배우를 만난 것이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황슬기 감독은 '홍이'를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혹은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충돌이 이어지는 영화이길 바랐다"며 "영화를 다 보고 났을 때 관객분들이 각자 이 인물에 대해 생각하시는 방향이 저마다의 방향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한편 독립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 장선, 변중희가 주연을 맡은 화제작 '홍이'는 오는 24일 전국 극장에서 정식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