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행동윤리학 권위자인 저자는 세상을 뒤흔든 기업 범죄, 정치 스캔들, 학계와 스포츠계의 성폭력 사건들을 분석하며, 범죄자 개인이 아닌 그들을 도운 수많은 '공모자'들의 역할에 주목한다.
그의 저서 '우리는 어떻게 공범이 되는가'는 퍼듀 파마의 마약성 진통제 남용 사태 뒤에 과다 처방을 묵인한 의사와 약국, 의혹을 외면한 유통업체가 있었음을 지적한다. 또한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범죄에는 침묵과 방조의 문화가 뒷받침됐다고 밝힌다.
책은 '공모'가 단순히 적극적 가담만을 뜻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권위에 순응해, 혹은 잘못된 목표 설정이나 부작위 편향으로 인해 누구나 쉽게 연루될 수 있다는 점을 행동과학 연구와 함께 분석한다.
저자는 "평범한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제공하는 사회적 지지가 범법자들의 비위를 연료처럼 키운다"고 경고한다.
나아가 공모자가 되지 않기 위한 구체적 전략도 제시한다. 조직 내 도덕적 연대를 통해 위험을 줄이는 방법, 도덕적 딜레마 상황을 사전에 숙고하는 습관, 공모를 가능케 하는 심리적 맹점 인식, 집단행동을 통한 제도적 개선 등이 그것이다.
또한 테라노스 사기를 폭로한 내부 고발자, 트럼프 탄핵 심판에서 소속 정당을 넘어 투표한 의원, 체조계 성범죄 고발에 나선 선수들처럼 "용기 있는 소수"의 사례를 통해 개인이 공모의 흐름을 끊어낼 수 있음을 강조한다.
'우리는 어떻게 공범이 되는가'는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침묵과 방조의 문화를 비판하며, 악에 동조하게 만드는 비윤리적 선택의 심리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맥스 베이저만 지음 | 연아람 옮김 |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