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만에 귀환 추진 '쌍사자 석등'…사찰명 규명이 열쇠

광양시, 학술연구 최종보고회 개최
운평리사지 시굴조사 성과와 과제 드러나

광양시 '쌍사자 석등 제자리 찾기 사업' 학술연구 최종 보고회. 박사라 기자

전남 광양시가 추진 중인 '쌍사자 석등 제자리 찾기 사업'이 성과와 과제를 드러내며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일제강점기 반출된 지 95년 만에 국보 제103호 쌍사자 석등이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광양시는 11일 엄기표 단국대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학술연구 최종보고회를 열었다. 이번 연구는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6개월간 진행됐으며, 석등의 원위치와 사찰의 존재 여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쌍사자 석등은 통일신라시대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큼직한 연꽃 받침돌 위에 두 마리 사자가 마주 서서 등을 떠받치는 독특한 양식으로 만들어졌다. 사실적이면서도 간결한 조각 수법은 신라 조각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1962년 국보 제103호로 지정됐으며, 보은 법주사·구례 화엄사·영주 부석사 석등과 함께 석등 단독으로 국보에 오른 네 점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1931년 일제강점기에 광양에서 반출돼 경복궁 자경전과 덕수궁, 국립중앙박물관을 거쳐 현재는 국립광주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광양시 고향사랑기부제 제1호 기금사업으로 추진된 쌍사자 석등 제자리 찾기에는 시민 5만여 명이 서명에 참여해 지역사회의 열망을 보여줬다. 이 서명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전달됐다.

영해문화유산연구원이 진행 중인 시굴조사에서는 광양 운평리사지 일대에서 건물지와 배수로 흔적, 통일신라 시대 유물이 확인됐다. 이는 석등이 실제로 광양에 자리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근거로 평가된다. 다만 석등이 봉안됐던 사찰의 정확한 명칭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엄기표 단국대 교수는 "운평리사지 유구와 석등 양식이 9세기 통일신라 말기와 일치한다는 점은 큰 성과"라면서도 "사찰명 규명이야말로 귀환의 관건으로, 향후 발굴 과정에서 명문 기와나 문헌 자료가 발견돼야 한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또 "문화유산 관리 주체는 관공서인 만큼 광양시가 석등을 옮겨올 경우 보존 관리 방안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며 "광양시와 학계가 협력해 석등과 사찰 관련 학술 자료를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광양시는 이번 연구 결과를 국가유산청에 보고한 뒤 약 20일간의 발굴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발굴 과정에서 사찰 이름이 새겨진 유물이 확인되면 석등의 명칭 변경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시는 아울러 석등 이전 후 안정적 보존을 위한 보호각 건립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인화 광양시장은 "쌍사자 석등의 귀환은 단순한 문화재 환수가 아니라 시민들의 오랜 염원이자 광양의 역사적 정체성을 되찾는 일"이라며 "사찰명 규명과 발굴조사, 보존 관리 대책을 철저히 준비해 반출 100주년이 되는 2032년에는 반드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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