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30일 기자회견 때보다 소탈함과 탈권위의 색채가 한층 더 짙어졌다.
대통령 좌석과 기자단과의 거리는 30일 기자회견 때와 같이 1.5m였고, 좌석의 높이 또한 높이지 않았다. 오히려 시야 확보가 어려운 기자석 뒷편의 높이를 높여 눈을 맞췄다.
반면 복장은 30일 기자회견과 달랐다. 그간 협치와 진영 간 통합을 의미하는 붉은색과 푸른색이 섞인 넥타이에서, 흰 바탕에 하늘색 줄무늬가 그려진 넥타이로 교체해 차분함을 강조했다.
출입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참석자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을 단순 스티커 방식에서 '케데헌'(케이팝데몬헌터스) 캐릭터인 더피가 담긴 '핀버튼'으로 변경했다. K컬처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질의응답 방식은 30일 회견과 같은 추첨제를 두되, '핵심 현안에 대한 질문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수용해 분야별로 공통질문을 먼저 받은 후 추첨과 지목을 통해 추가 질문자를 지정했다.
이 대통령은 최대한 질문을 많이 받고 이에 대해 답변을 하려는 듯, 모두발언은 매우 짧게 진행했고, 마무리 발언은 아예 없애다시피 했다.
모두발언 후 기자들이 박수를 치자 "언론인이 박수치기 부담스럽지 않느냐"며 "박수를 치지 마시라. 아무도 시키지 않았다"고 농담을 건넸다.
기자회견의 핵심 그림을 가리키는 '키 비주얼'도 기자직을 상징하는 '펜' 모양으로 마련됐다. 다양한 목소리를 의미하듯 펜 끝에서는 다양한 색이 뿌려져 나가는 모양이 형상화 됐다.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근로자 구금사태, 주식양도세 대주주기준 강화 여부, 검찰개혁, 특별검사 강화, 내란전담 특별재판부 설치 등 무거운 현안들이 연이어 질문으로 던져졌지만 이 대통령은 거침이 없었다.
확장재정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배고파서 일을 못할 정도면 외상으로라도 옆집 식당에서 밥을 먹고 일해야 한다. 칡뿌리 캐 먹고, 맹물 마시면서 일하면 죽는다"고 직격했다.
검찰개혁에 대한 질문에는 "구더기가 싫다고 장독을 없애면 되겠나. 구더기가 생기지 않도록 악착같이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검찰청 폐지로 인한 후폭풍을 구더기에 비유하기도 했다.
여당이 추진 중인 내란특별재판부에 대해서는 "그게 뭐 위헌이냐"며 일침을 가했다. 선출권력인 입법부가 정하는 틀인 만큼, 국민주권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힘을 실었다.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 사례를 언급하면서는 아들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아들이 멀쩡하게 직장 다니고 있는데 화천대유에 취직했다고 대서특필하는 바람에 아직도 직장을 못 얻고 있다"며 "나와 대장동 화천대유가 관계가 있는 것처럼 만들려고 아들이 그 회사에 취직했다고 이름까지 써서 아주 그냥 인생을 망쳐놨다"고 푸념했다.
예정된 시간을 30분 이상 넘겨 기자회견이 진행됐지만, 이 대통령은 계속해 질문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사회자의 제지에도 "마무리 발언은 안 해도 된다. 그 틈을 여러분에게 드리겠다"며 질문을 추가로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