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가 출신으로 참여정부 노동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이목희 전 의원(17·19대)이 11일 오후 5시 28분쯤 서울 구로구 자택에서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김천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1978년 전국섬유노동조합 기획전문위원이 된 것을 계기로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1981년과 1991년에는 외부인의 노동조합 활동 지원을 막기 위한 조항이었던 노동조합법상 '제3자 개입금지'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1981년에는 봉제기업이었던 ㈜서통의 노조원이 아닌데도 노조 기관지인 '상록수' 초안을 만들었다가 제3자 개입금지 1호 구속자가 된 뒤 징역 1년 실형 선고를 받았다.
고인은 당시 수사기관에 영장도 없이 강제 연행돼 불법 체포·감금돼 14일간 고문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2001년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됐다.
1994년 통일시대민주주의국민회의 정책위원장과 새정치국민회의 노동특별위원회 부위원장, 김대중 총재 특보를 거쳐 1998~2000년 노사정위원회 상무위원회 간사로 활동했다. 2002년에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의 노동 특보에 이어 2003년 대통령 노동개혁 태스크포스 자문위원을 맡아 참여정부 노동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당선된 뒤 제5정책조정위원장과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장, 전략기획위원장 등 당직을 맡았다. 대통합민주신당 국민경선관리위원회 집행위원장, 당 쇄신위원 등을 거쳐 2012년 19대 총선에선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2012년 대선에선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의 기획본부장을 맡았고, 2013년 민주당 원내전략단장,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을 지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이 전 의원의 부고에 "누구보다 사람을 따뜻하게 대하시고, 어려운 이를 만나면 온 몸으로 끌어 안던 그 넉넉함이 있었다"며 "누구보다 사물의 본질을 먼저 꽤 뚫어 보던 분이어서, 늘 형의 그 명쾌함이 부러웠다"며 애도를 표했다.
그는 "일을 관철하는데 10보 나가기 어려우면 우선 5보라도 나아가야 한다며 극좌 모험주의도 배격하자는 현실감각도 분명하게 설파하던 분이었다"며 "이제는 개헌을 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국회의장의 '미래개헌자문위원장'을 수락해 주셔서 이제 한껏 새로운 지평을 함께 열어보자고 했었는데, 이제 그 때가 되었는데…"라고도 덧붙였다.
유족은 부인 윤정숙(전 녹색연합 상임대표)씨와 아들 이규정씨 등이 있다. 이날 여의도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