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가난과 배고픔에 고통받던 프랑스 백성의 '빵을 달라'는 간절한 호소에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했다는 말이다. 이 말은 민중의 분노에 불을 붙여 프랑스 혁명을 일으키고 왕비 자신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게 됐다.
230년 이상 지난 지금까지도, 국민은 외면한 채 부패와 탐욕으로 일그러진 권력자를 비판할 때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 말은 '가짜'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이런 말을, 비슷한 취지로도 한 적이 없다. 그녀는 오히려 식량 문제를 타개하고자 당시 유럽에 들어온 감자를 대체 식품으로 널리 알리는 데 힘쓰기도 했다.
부르봉 왕조의 실정에 따른 프랑스 국민의 분노는 갈수록 커져 갔고 그 분풀이를 할 대상으로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에서 온 이방인 왕비가 포착된 것이다. 심지어 희대의 사기극인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기 사건'을 이용해 명의를 도용당한 피해자인 왕비에게 음란하고 타락한 매춘부라는 누명을 씌웠다. 왕비는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 목이 잘린 채 자신의 목을 들고 출연할 정도로 아직도 프랑스인의 증오와 조롱을 받고 있다.
이처럼 프랑스의 자부심인 찬란한 프랑스 혁명의 이면에는 가짜 뉴스와 음모론이 음습하게 깔려있다.
반대로 대다수가 가짜 뉴스로 인정하는 일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 미확인비행물체)이다.
UFO는 그 명칭으로는 별다른 흠결이 없으나 외계인이 탄 우주선이라고 한다면 망상의 영역으로 이전된다. '외계인'이 '비행접시'를 타고 와서 '지구인 납치'를 자행한다. 아니 '착한 외계인'도 있어서 친구가 될 수 있다. 우주에서 온 미지의 존재는 '로스웰 사건', '51구역' 등 음모론에 편승해 온갖 상상을 자극하며 SF 소설과 영화의 주인공으로 친숙해졌지만 그래도 '가짜'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스마트폰과 SNS 세상은 UFO를 즉각적으로 촬영해 지구인들에게 알리고 있다. 미국 의회가 UAP(Unidentified Aerial Phenomena, 미확인비행현상)이라는 중립적 명칭으로 청문회를 열어 진상 규명에 나서면서 더 많은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미국 공군이 2020년 11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 상공에서 촬영한 원반 모양의 비행체 영상이 지난 6월 공개됐다. 2023년 1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훈련 중이던 F-16 바이퍼 전투기가 정체불명의 비행체와 충돌한 사실도 미국 국방부 기밀 해제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2023년 7월에는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정부가 UFO 잔해와 외계인 사체를 회수해 연구하고 있다'는 미국 전 정부 요원의 진술까지 나왔다.
여기에 지난 9일(현지시간)에는 미국 공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도 아무 이상 없이 비행하는 물체의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은 지난해 10월 예멘 해안 상공에서 촬영됐는데 해당 비행체는 드론의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을 맞고도 끄떡없이 가던 길을 계속 가서 충격을 줬다. SF 영화처럼 미사일을 회피하는 방어막이라도 친 걸까? 이날 청문회에서는 미국 공군 출신 내부고발자 두 명이 나와 미국 공군 기지에서 축구장 크기만한 사각형 비행체를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한국도 UFO 출현이 잦은 지역이다. 6·25 전쟁 당시 미군을 시작으로 곳곳에서 목격담이 이어졌다. 1982년 10월에는 서울, 강릉, 대전, 대구, 목포, 부산, 제주 등 10곳에서 동시에 목격되기도 했다. 1995년 9월에는 신문과 지역방송의 기자의 카메라에 사진과 영상으로 촬영돼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1976년 10월 저녁에는 UFO가 청와대 상공 비행금지구역에 진입해 국군이 격추 시도에 나서기도 했다. 두 차례에 걸쳐 대공포로 십자포화를 퍼부었지만 예멘의 경우처럼 비행체는 유유히 사라졌다. 포격의 유탄에 맞아 시민 1명이 숨지고 31명이 다치는 피해를 입었다. 정부는 노스웨스트 항공기가 실수로 제한구역에 접근했다고 발표했지만 항공기와 교신까지 해놓고 사격을 가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AI로 뭐든지 가능해진 세상이 돼서 그런지, 먹고 사는 것과 관계가 없어서 그런지 드론의 UFO 미사일 공격 장면을 보고도 대중은 덤덤하다. 그보다 더 충격적인 일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어서 그럴까?
가짜가 진짜가 되고, 거짓이 사실이 되는 현실은 천년 전에도, 백년 전에도,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조작과 왜곡에 선동되지 않고 진실을 놓치지 않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