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만에 무사귀국…비자 개선 '전화위복' 될까[박지환의 뉴스톡]


[앵커]
우리 국민들이 무사히 한국땅을 밟아 사태가 일단락된 것은 다행이지만 문제의 원인이 됐던 비자 문제는 현지에서도 곪을 대로 곪아 있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반이민 정책을 펴는 미국 행정부가 또 언제 기업 현장을 기습단속할지도 모르는 일인데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과 우리 정부는 비자문제 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협의에 돌입했습니다.
 
외교부 출입하는 오수정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기자]
네. 외교부에 나와 있습니다.
 
[앵커]
구금됐던 한국인들이 귀국하면서 이제 관심은 이런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제도개선으로 쏠리는데요. 일단 어제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이 이야기가 논의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조현 외교부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전문인력의 미국 입국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 영종도=박종민 기자

[조현 외교부장관]
"미국 국무부와 한국 외교부 간에 워킹그룹을 만들어서 새로운 비자 형태를 만드는 것을 신속하게 협의해 나간다…"

 
현장 목소리를 들어보면 기업들은 미국 현지 공장 설치와 인력 훈련 등을 위한 2~3개월 가량의 단기 비자의 필요성을 요청하지만 이에 꼭 들어맞는 비자 유형은 없었거든요.
 
한국의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만큼 이를 뒷받침할 새로운 비자형태가 필요하다는 데에 미국 측도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새로운 비자 유형을 만드는 것도 논의되지만 기존에 있던 비자들의 문턱을 낮추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고요.
 
[기자]
새로운 비자 유형을 만드는 데에는 워킹그룹을 설치하고 논의를 이어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적인 방안으로는 단기 비즈니스 목적인 B-1비자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이번에 단속된 인원 중 상당수는 B-1비자를 이미 소지하고 있었고, 장비 설치와 공장 시운전이 가능하다는 미국대사관의 유권해석까지 받았지만 단속이 됐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B-1 비자에 대한 미국 국무부의 매뉴얼과 비자를 발급하는 대사관, 또 이를 단속하는 국토안보부의 해석이 달랐던 겁니다.
 
때문에 B-1비자의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하고 적용범위를 유연하게 하는 데 합의하면 기업의 애로사항이 상당부분 해소될 거라는 전망입니다.
 
[앵커]
하지만 우리 근로자들이 B-1 비자 자체도 발급이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여기에는 어떤 보완책이 있을까요?
 
[기자]
이번에 단속된 인원들의 상당수는 하청업체 직원들이었는데요. 저희가 취재한 바로는 조지아주 현지 합작 공장의 하청 구조가 7차까지 복잡하게 내려갔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B-1비자는 하청업체 직원이 신청할 경우 발급이 까다롭기 때문에, 체포된 인력 중 일부는 근로활동이 금지된 전자여행허가(ESTA)를 소지한 경우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미국에 원청과 하청업체를 가리지 않고 유연하게 B-1비자를 발급해달라는 요청도 함께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밖에도 현지 취업이 가능한 전문직 비자(H-1B)의 한국인 할당량 확보와 한국 전문인력을 대상으로 별도 비자(E-4) 쿼터를 신설하는 노력도 함께 병행한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이번 사태가 기업들의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면 좋겠네요. 
 
[기자]
정부의 바람도 이 지점입니다. 그간 우리 정부는 앞서 말씀드린 한국 전문직 별도 비자 쿼터 신설을 위해서 10년 가까이 미국을 설득하고 있지만 성과는 없는 상황이죠.
 
말 그대로 곪을 대로 곪은 문제가 터진 건데, 이 상황을 반전의 계기로 삼아서 근본적인 해결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어제 이재명 대통령도 비자제도의 개선이 없으면 한국 기업이 미국 투자를 망설일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압박했는데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온갖 불이익을 주거나 아니면 어려워질텐데 이거 해야 되나 이런 고민을 안 할 수가 없겠지요. 그게 아마도 앞으로 대미 직접 투자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칠 수가 있지요."
 
트럼프 대통령도 숙련된 한국 인력들이 미국에서 일하면서 현지 인력을 훈련시켜줄 것을 제안했던 만큼 문제의 필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하지만 오늘 돌연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한국 기업이 제대로 된 비자를 받아야 한다"는 상반된 발언을 해, 앞으로 협상에 난항이 전망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외교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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