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한국인 근로자 수백명이 체포돼 구금된 초유의 사태는 이들이 '자진 출국' 형식으로 귀국하면서 표면적으로 일단락됐지만, 남아있는 불씨는 여전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이번에 귀국한 한국인들이 미국 재입국시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미국 법규상 애매한 부분이 있어 실제 불이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사태에 대해 처음에는 "그들은 불법체류자들이었고, 이민당국이 해야할 일을 한 것"이라는 입장이었지만, 나중에는 "구금된 한국인들이 모두 숙련된 인력이니 미국에 머물면서 미국의 인력을 교육·훈련 시키는 방안도 있다"는 식으로 방향을 틀기도 했다.
이같은 정책의 불확실성 문제 말고도 풀어야할 숙제는 더 있다.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이 지난 4일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공장 건설 현장에서 벌인 최대 규모의 단속은 단순히 불법체류자를 솎아내겠다는 것을 넘어 이민자 불법 고용과 은닉·보호 혐의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HSI가 법원에서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면, 이들은 '목표 범죄'로 "외국인 불법 고용과 외국인 은신처 제공 및 이에 대한 '공모'(conspiracy)를 들었다.
당시 스티븐 슈랭크 HSI 특별수사관은 브리핑에서 "이번 합동 작전은 불법 고용 관행 및 중대한 연방 범죄 혐의와 관련된 것"이라며 단순한 불체자 단속이 아니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실제 HSI는 공장 본사뿐 아니라 계약업체, 건설업체, 하청업체, 인력알선업체 등의 자료를 모두 압수 대상으로 삼았다.
이와 관련해 조지아주 지역 언론 WTOC 방송은 '수색영장 집행결과 보고서'를 입수한 결과, "HSI는 이들 업체로부터 컴퓨터와 보조 저장 장치, 그리고 상당량의 서류 등을 압수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해당 회사들이 불법임을 알고도 히스패닉계 노동자를 고용·묵인했다는 단서가 나올 경우, 수사의 다음 타깃은 한국 업체의 공모 여부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HSI는 해당 공장 건설 현장의 불법 행위에 대해 수개월 동안 사전 조사했다고 말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범죄 혐의를 밝히거나 기소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 이민당국이 현장 내 불법체류자 고용을 넘어 낮은 임금의 착취적 고용구조에 대해서도 철퇴를 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WTOC 방송은 "이번 일은 미국 역사상 단일 공사현장에서 이뤄진 최대 규모의 불법 고용 단속이어서 당국이 향후 노동 착취 및 강제 노동 혐의로의 전환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