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법원장들 "사법개혁 폭넓은 논의 거쳐야"… 내란특별재판부엔 신중론

대법관 증원 "사실심 약화 우려…공론화 필요"
법관평가제·추천위 다양화 "사법 독립 침해 可"
판결문 공개·영장 심문제 "원칙 찬성…부작용 대책 마련돼야"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논의엔 "신중한 접근 필요"

천대엽 법원행정처장과 각급 법원장들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안을 추석 연휴 전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내는 가운데, 전국 법원장들이 집단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법원장들은 "사법제도 개편은 국민을 위한 사법부의 중대한 책무이자 시대적 과제이므로, 폭넓은 논의와 숙의 및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사법 독립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대법원 소속 사법행정 총괄기관인 법원행정처를 이끄는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전국 각급 법원장 등 42명은 12일 오후 2시 서초동 대법원 청사 대회의실에서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를 열었다. 임시회의가 열린 것은 2022년 3월 코로나19 대응 논의 이후 3년 6개월 만이다. 이번 회의는 지난 1일 천 처장이 전국 법원장들에게 민주당 사법개혁안과 관련한 소속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달라고 요청한 뒤 열렸다.
 
회의는 7시간 30분간 이어졌다. 회의에서 법원장들은 △대법관 수 증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 △법관평가제도 개선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 현재 국회에서 논의중인 '사법개혁 5대 의제'와 관련해 각급 법원에서 수렴한 판사들의 의견을 공유했다.
 
대법관 수 증원과 관련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판사들은 "충분한 숙고 없이 진행된다","사실심 기능 약화가 우려된다","상고제도의 바람직한 개편과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며 단기간 내 대폭 증원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대법관은 4명의 소규모 증원이 적정하다거나 사실심에 대한 충분한 인적·물적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법원장들 역시 "사실심 강화가 우선 과제"라며 상고제도 개편과 함께 대법관 수 증원에 대해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법관 후보자 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와 법관평가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다수 판사들은 "위원회의 구성방식이나 인원에 따라 사법권 독립이 침해될 여지가 있거나 현 위원회의 적정한 운영으로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 확보가 가능하다"며 "외부의 부당한 개입에 대해 사법권 독립의 원칙을 지키되, 국민의 목소리를 적정하게 반영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사법행정권자로서 책임을 가지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에 대해서는 원칙적 찬성이 많았다.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기본권 보호에 기여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판사들은 개인정보 노출, 판결문 상업적 이용, 수사의 밀행성 저해 같은 부작용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원장들도 "국민의 기본권 구현에 도움이 된다"면서도 "부작용에 대한 보완책 마련을 위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했다.
 
공식 안건은 아니었지만 국회에서 발의된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법안도 회의에서 비공식적으로 논의됐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법원장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같은날 오전에 열린 법원의날 기념식에서 사법개혁 추진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는 권력분립과 사법권 독립의 헌법 가치를 중심에 두고 과거 주요 사법제도 개선이 이뤄졌을 때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전례를 바탕으로 국회에 사법부 의견을 충분히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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