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언제까지 생수 받아야 하나"…기약 없는 가뭄에 '지친' 강릉시민들

강릉시가 300세대 이상 아파트에 대한 2차 생수 배부를 15일부터 시작한 가운데 강릉의 한 아파트 주차자에서 입주민들이 생수를 받아가고 있다. 전영래 기자
"생수를 나르는 것도 일이네요.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생수를 타러 와야 하는지…이젠 정말 지치네요"

15일 오후 찾아간 강원 강릉시 교동의 한 아파트. 아파트 주차장 한켠에서는 주민들이 생수를 실어 나르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강릉시가 가뭄 장기화로 인한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300세대 이상 아파트에 대한 2차 생수 배부를 이날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입주민들은 수레와 가방 등을 동원해 집까지 몇 번씩 왕복하며 물을 날랐고, 식구가 많은 주민은 아예 차량에 싣기도 했다.  

이날 생수를 받으러 나온 입주민 권모(50대)씨는 "무거운 생수를 집으로 나르는 것도 일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생수를 타러 와야하는 건지 정말 불편하고 이제는 지친 나머지 짜증까지 난다"며 "주말 단비에 이어 수요일에 또 비 예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는 정말 기상청 예보와는 달리 많은 비가 퍼부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2차 생수 배부 물량은 지난 1차에서 나눠준 1인당 2ℓ짜리 6병씩 보다 늘어난 1인당 2ℓ짜리 6병씩 2묶음이다. 특히 아침저녁으로 제한급수를 실시하며 일상 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는 홍제정수장 급수구역 내 저수조 100톤이상 아파트에는 1인당 2ℓ짜리 6병씩 3묶음을 나눠 주고 있다.

주부 김모(여. 60대)씨는 "그래도 시에서 이렇게 먹는 물이라도 나눠주니까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고 말하면서도 "아침저녁으로 3시간씩이라도 물을 틀어 주니 정말 최소한의 물로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주말에는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데 무엇보다 화장실을 이용할 때와 씻을 때가 제일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강릉시가 300세대 이상 아파트에 대한 2차 생수 배부를 15일부터 시작한 가운데 생수를 보관하고 있는 강릉아레나 주차장에서 생수를 권역별로 옮기는 배분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전영래 기자
유례 없는 가뭄을 격고 있는 강릉시민들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보내 온 생수를 보관하면서 마치 대형 물류창고처럼 변한 강릉아레나 주차장도 하루종일 바쁘게 돌아갔다.

이 곳에 보관된 생수를 지게차들이 화물차 짐칸에 쉴새 없이 쌓았고, 생수를 가득 실은 트럭은 곧장 각 권역별로 생수를 옮기는 분배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300세대 이상 아파트를 제외한 전 시민 대상 생수 배부는 오는 18일부터 시행한다. 시는 당초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0% 미만에 도달하면 전 시민에 배부할 계획이었지만, 시민 불편사항을 감안해 빠르게 배부하기로 했다.

생수는 1차 배부와 동일하게 우선 읍면동별 거점 장소로 옮겨진 후 각 읍면동 자체 계획에 따라 주민들에게 신속히 전달할 예정이다.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은 시청 주택과, 건축과에서 직접 관리사무소에 생수를 순차적으로 전달한다. 1차 배부에서 제외됐던 지역 내 거주 병원 입소자, 대학생 및 해외 유학생 등도 빠짐없이 추가로 배부한다.

지게차가 생수를 화물차에 싣고 있는 모습. 전영래 기자
또한 24개월 이하(2023년 9월 1일 이후 출생) 영아에게는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오전 10시~오후 7시) 강릉시보건소 주차장에서 영아 1인당 생수(2ℓ) 6병씩 4묶음씩을 지원하고 있다.

고령층, 장애인 등 취약계층은 복지시설관계자, 공무원, 이·통장 등이 각 가정을 찾아 직접 배부한다. 읍면동별 배부장소는 시청 누리집 등을 통해 안내할 예정으로 기타 자세한 사항은 읍면동 주민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김홍규 시장은 "전국 각지에서 생수 및 성금 등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의 따뜻한 관심에 감사드리며 가뭄 사태가 조속히 마무리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6.4%로 전날 15.7% 보다 0.7%p 올랐다. 비가 오기 전인 지난 12일 오전 11.6% 보다는 4.8%p나 올랐다. 지난 주말 강릉에 100mm 안팍으로 내린 단비가 저수지로 유입되는 시간이 다소 걸리면서 저수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평년 저수율 72.1%에는 턱없이 모자란 수치로 이번 단비에 잠시 숨을 돌렸지만, 가뭄 해갈에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오는 16일 늦은 밤부터 비가 올 것으로 예보되면서 주민들은 또 다시 많은 비가 오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강릉을 포함한 중남부동해안의 예상 강수량은 5~20mm로 가뭄 해갈에는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13일 강릉에 단비가 내리면서 오봉저수지를 찾은 시민들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저수지 상황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 전영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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