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현안, 정쟁으로" 강원도-춘천시 '봉합 없는 갈등 반복'

강원도청 신청사 예정지인 춘천 고은리. 연합뉴스

강원도 도청소재지이자 수부도시로 불리는 춘천 지역이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정쟁의 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원도와 춘천시는 최근 동내면 고은리 일대 행정복합타운 조성을 두고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김진태 강원도정의 핵심사업이자 개발 규모와 상징성이 큰 사업인 만큼, 행정절차상의 이견을 넘어 정치적 파장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강원도는 도청 신청사 이전을 포함해 아파트 4700세대와 상업·업무지구를 조성하는 행정복합타운을 추진 중이다. 총 사업비는 9천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위한 첫 단계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최근 춘천시가 강원도의 사업 제안서를 보완 요구 끝에 반려처리했기 때문이다.

강원도는 "춘천시가 협조 의지가 없다"고 반발했다.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연 여중협 강원도 행정부지사는 "춘천시가 서둘러 제안서를 반려한 것은 향후 사업에 협조할 뜻이 없다는 의미로밖에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춘천시는 제안서 자체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고 맞받았다. 이원찬 춘천시 스마트도시국장은 "상하수도 용량 부족을 알면서도 구체적 대책 없이 제안서를 제출했고, 사업비 산출 오류와 방류관 위치 문제 등 근본적인 사항이 미해결 상태였다"고 반박했다.

2029년 기준 예상되는 춘천시의 하수처리 능력은 하루 15만 7천 톤인데 행복타운에서만 하루 1만 6천 톤이 추가로 발생해 처리 용량을 초과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수 용량 또한 하루 5천 톤 이상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춘천시는 기반 시설 확충에만 최소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으며 6천억 원이 넘는 공사채 발행에도 불구하고 추가 재원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지역사회에서는 이번 사태가 몇 달 전 강원FC 홈경기 개최지를 둘러싼 갈등을 연상시킨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당시 춘천시와 강원도는 구단 운영과 개최지 문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외형상으로는 스포츠 행정 갈등이었지만 실제로는 육동한 춘천시장과 김진태 강원도지사 간의 정파적 이견과 소통 부재가 스포츠가 정치행위로 변질하게 된 요인이라는 분석도 지역 정가와 행정 내부에서 나왔다.

행정복합타운 사안 역시 양측이 직접 대화로 해법을 찾기보다 공개적인 비판과 압박을 가하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사안의 본질보다 정치적 유·불리를 놓고 대응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강원도정은 국민의힘 김진태 강원지사가, 춘천시정은 더불어민주당 육동한 춘천시장이 이끌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도시개발 논란을 넘어 내년 지방선거 정국에서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행정 현안이 정쟁 수단으로 변질될 경우 피해는 지역사회, 지역주민들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며 정파를 초월한 갈등 해소 노력을 당부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역 중견 정치권 인사는 "행정복합타운과 강원FC 모두 충분히 협의와 조율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두 수장이 직접 만나 도민 앞에서 해법을 제시했더라면 갈등은 이처럼 불필요하게 증폭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기 이전에 도민의 삶과 지역 발전을 위한 소통이 절실하다. 이번 갈등을 어떻게 푸느냐가 이들의 리더십과 정치력을 판단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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