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애장품' 전통 자개, MZ세대들이 홀린 이유는

"갖고 싶어도 못 구한다" 자개 스티커·상자 품절
취향 따라 직접 만든다…'나만의 전통 아이템'
체험 관계자 "전통은 개성 표현하는 콘텐츠"

'전통시리즈' 자개 문양 소품 사진. X(구 트위터) 캡처
 
할머니 집 장식장에서 보던 자개함 같은 전통 소품이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며 하나의 유행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때는 '옛날 물건'으로 치부되던 전통 아이템이 이제는 '갖고 싶은 힙템'으로 자리 잡으며, 전통 감성이 젊은 세대의 일상으로 스며드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다이소의 '전통 시리즈'다. 전통 문양과 자개, 청화백자 등 한국적인 디자인을 입인 생활소품들을 1천~3원대의 합리적 가격 내놓자, 출시 하루 만에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동시 품절 행렬을 이어가는 중이다.

가성비와 함께 한국 전통을 입힌 소품이라는 희소성을 만족했다는 평가가 이어지며 SNS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자개 시리즈 너무 예쁘다"며 "생활용품에 자개가 있으니 고급스럽다", "자개모양이 너무 예뻐서 하나만 사려다 모두 구매했다"는 소비자 후기가 SNS에 쏟아졌고, '전통 자개 인증샷'도 줄줄이 올라오며 인기를 실감케 했다.  

젊은 세대의 전통 물품에 대한 관심은 출시 전부터 감지됐다. 다이소가 유튜브를 통해 전통 시리즈 재출시를 알렸을 때 이미 "이거 뜨면 대란 날 듯"이라는 반응이 이어졌고, 그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해 선보인 '한글 시리즈'도 비슷했다. 훈민정음 도기잔, 민화 수첩 등 한국적 요소에 실용성을 담은 생활용품들이 하루 만에 전국 품절 사태를 빚으며 국내 소비자들이 구매 경쟁에 나선 바 있다.  

최근 거세게 불고 있는 K-콘텐츠 열풍과 맞물려 전통 소품 트렌드는 체험 공간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흥행 이후 전통 매듭 팔찌 만들기 영상이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며 "나도 직접 만들어봤다"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전통 소품을 구경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직접 만들어보며 '나만의 전통 아이템'을 즐기는 방식으로 트렌드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인천공항에 위치한 한국전통문화센터 사진. 연합뉴스

이 같은 흐름은 인천공항 한국전통문화센터에서도 나타난다. 국가유산진흥원 한국전통문화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6월 이후 매장을 찾는 1020 방문객 수가 뚜렷하게 증가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5.2%, 전통 문화 체험객 수는 102% 늘었다. 특히 남산타워와 서울 풍경이 그려진 나전칠기 벽시계, 여권 케이스, 반주화 머리 초단청 스트랩 키링 등 예쁘면서도 실용성을 중시하는 MZ 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상품들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케데헌 콘텐츠를 통해 국내 10~20대에게 전통, 민속, 무속 같은 소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며 "한국적이면서 실용적인 굿즈를 구매하는 MZ세대의 소비 스타일과 잘 맞아 현장에서 예상 밖 특수를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세대가 전통을 단순히 지켜야 할 '익숙한 것'이 아닌,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신선하고 희소성 있는' 콘텐츠로 받아들인다며 "과거의 형태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오늘날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변용한 뒤 SNS에 공유하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 가장 요즘 전통 아이템의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MZ세대는 미리 알아본 상품을 찾아 매장을 방문하며, 단순한 구매를 넘어 직접 문화를 체험하려는 동기를 가진다"며 "덕분에 센터에서 운영하는 전통 공예 체험 프로그램의 참여율과 만족도도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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