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개발 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 무마를 청탁해 준다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임정혁(69·사법연수원 16기) 전 고검장에 대해 2심에서 1심 유죄 판단을 뒤집고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6-3부(이예슬 정재오 최은정 부장판사)는 17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임정혁 변호사의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 판단의 핵심 근거였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동규에게는 허위 진술의 동기 내지 개연성이 존재한다"며 "피고인 사건에 대해 수사 방향에 부합하는 취지로 허위 진술해 수사 성과를 내세워 자신의 사건에서 유리하게 참작받으려 시도한 정황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 자신이 백현동 민간 개발업자인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의 대리인으로 임 변호사에게 청탁을 의뢰했다고 진술했지만,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 등 신빙성이 의심된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변호사 선임료 10억 원은 거액이고, 그중 1억 원을 실제 수수한 점에 비춰봤을 때 정상적 변론 활동의 대가가 아닌 검찰총장에 대한 부정 청탁의 대가'라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 회장이 10여 명의 변호사에게 선임료로 지출한 걸로 확인된 금액만 28억 원을 초과한다"며 "피고인이 고검장 등 요직을 거친 전관 경력을 가진 변호사로 당시 정바울 사건이 사회적 주목을 받았던 상황 등을 고려하면 성공보수 9억 원을 약정하고, 1억 원을 착수금으로 수수한 게 정상적 변론 활동 대가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지나치게 고액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지난해 8월 선고된 1심에서는 임 전 고검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1억 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고위직 전관 변호사인 피고인이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대검찰청 고위 간부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일선 검찰청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뢰인에게 보여줬다"며 "착수금 1억 원, 성공보수금 5억 원 약정은 정상적인 변호 활동의 대가로 보기에는 상당히 고액"이라고 판단했다.
임 전 고검장은 지난해 6월 백현동 민간개발업자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으로부터 개발 비리 수사와 관련해 공무원 교제·청탁 명목 자금 1억 원을 개인 계좌로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백현동 사건은 성남시가 민간업자에게 용도를 한 번에 4단계나 상향 변경해 주고, 이른바 '옹벽 아파트'를 짓도록 허가해 주는 등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