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전 한울회 사건, 아직 끝난 게 아니다"

한울회 사건 다룬 '하늘에서처럼 땅에서도' 출판기념 북토크

한울회 사건을 다룬 '하늘에서처럼 땅에서도' 출판기념 북토크에서 장수명 교수가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최창민 기자
"국가가 불러주는 대로 거짓 증언을 해야만 했던 어린 고등학생들, 선생님과 선배들이 감옥에 간 것이 자신들 때문이라고 자책했을 순간들이 마음 아픕니다."

한울회 사건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하늘에서처럼 땅에서도'를 쓴 박은자 작가는 17일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1981년 3월 15일 그날 이후 한울모임 사람들이 살아내야 했던 세월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시 대학생으로 강제 연행된 장수명 교수(한국교원대학교)는 "한울모임은 내게 간증과 위로를 나눠주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1981년 3월 주일 모임 중 사복 경찰의 습격과 침입으로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났다"며 "영장도 없이 엄청난 범죄자들을 데려가듯 다수를 강제로 연행했다. 눈을 가리고 어디론가 데려갔고 잠을 재우지 않는 고문을 자행했다"고 증언했다.

비슷한 시기 발생한 아람회 사건 국가폭력 피해자인 박해전 사람일보 회장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는 5공 반국가단체 고문 조작 국가범죄 한울회 사건의 피눈물 나는 고통을 하루빨리 풀어주어야 한다"며 "44년이 지나도록 명예가 회복되지 않은 반국가단체 고문 조작 사건, 국가보안법을 방치한 야만스러운 불의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서보혁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과 접촉하거나 연대를 해서 뭔가를 한 것도 아니고 선량한 시민들이 공부하는 모임이 아직까지 규명되지 않고 있는 것은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라며 "그 배경에 근본적으로는 분단이 있고 정치적인 기득권을 유지해나가려는 세력이 만든 국가보안법이 있다"며 국가보안법 폐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학영 국회부의장은 축사에서 "기독교인이 모여서 공부하고 함께 기도하는 모임을 국가보안법으로 끌고가 고문하고 처벌했다"며 "지금 보면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일인데도 아직까지 신원을 다하지 못하고 재심을 신청한다고 하니 우리가 과연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가 자성해본다"고 말했다.

이 부의장은 이어 "민주적인 시스템에 의해 당선된 대통령이 자의적인 판단으로 계엄을 내리고 국민의 기본권을 막고 처단할 수 있다는 것 그게 실제 목전에 갔다가 대한민국이 다시 살아났다"며 "한울회 사건 재심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다시 회복해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울회 사건은 1979년 대전지역 기독교 신앙공동체 '한울모임'이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반국가단체로 몰려 영장 없는 체포, 장기 불법 구금, 고문과 폭행 등이 자행된 국가폭력 사건이다.

경찰은 1981년 3월 15일 주일 집회에 참석했던 청년과 대학생, 고등학생까지 20여 명을 연행했고 '한울회'라는 반국가단체를 조직한 빨갱이였다는 진술을 날조했다.

2023년 12월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한울회 사건을 "한울모임 국가보안법위반 불법구금 등 인권침해사건"으로 규정하고 국가가 불법 구금, 가혹행위와 허위자백 강요 등에 대해 사과하고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위한 재심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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