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17일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임의로 출석해 9시간 반에 걸친 첫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한 총재는 앞서 특검의 소환에 3차례 불응한 뒤 기습 출석했다. 특검 사무실에 걸어 들어갔던 한 총재는 귀가 땐 휠체어에 몸을 실었다. 특검은 한 총재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33분쯤까지 9시간 30분가량 한 총재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 한 총재는 휠체어 차림으로 사무실을 빠져나오면서 '권성동 의원에게 1억원을 왜 전달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내가 왜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청탁을 직접 지시하거나 승인했느냐'는 말에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재차 김건희씨에게 목걸이와 가방을 전달했는지에 관해 묻자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특검은 이날 50여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했다. 한 총재는 변호인 2명과 주치의, 간호사 등을 대동했다. 특검 사무실 건물 지하에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구급차도 대기했다고 한다. 걸어서 특검에 출석한 한 총재는 마라톤 조사 후에는 휠체어를 타고 포토라인을 지났다. 그는 특검에 출석하면서 '왜 일방적으로 출두 날짜를 정했느냐'는 기자 질문에 "아파서 그랬다"고 했다.
특검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이후 시점에 한 총재가 출석한 것에 주목한다. 권 의원은 한 총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범이다. 한 총재가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를 통해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건네고, 각종 통일교 현안을 청탁했다는 것이 특검의 의심이다.
특검은 한 총재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범인 권 의원이나 윤씨는 이미 구속됐고, 한 총재 본인이 자신의 혐의를 줄곧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구속 수사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건강상 이유를 들어 특검의 출석 요구를 세 차례나 내리 거절한 것도 구속영장 청구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형근 특검보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향후 이 사건을 법에 정해진 원칙과 절차에 따라 엄정히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