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시작된 작은 꿈 세계로" 서른살 BIFF 화려한 개막

개막식 앞두고 국내외 영화 팬들로 북적
배우 이병헌 개막식 단독 사회
개막작 박찬욱 감독 신작 <어쩔수가없다>
첫 경쟁부문 도입…열흘 간 328편 상영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일인 1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시민들이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부산=황진환 기자
올해로 30년 역사를 쓴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17일 세계 영화인들이 자리한 가운데 화려한 개막식을 열고 영화의 바다로 항해를 시작했다. 30주년을 맞아 경쟁 부문을 새롭게 도입하는 등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이날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일대에는 늦여름 무더운 날씨에도 일찍부터 국내외에서 찾아온 영화 팬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친구와 연인, 가족과 함께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은 영화 포스터와 영화제 슬로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겼다.
 
개막식을 앞두고 잠시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레드카펫을 보기 위해 일찍부터 긴 줄을 서고 있는 영화 팬들은 밝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특히 BIFF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온 영화팬들은 30주년을 맞은 영화제를 향한 큰 애정과 기대를 드러냈다.
 
경기 안양에서 온 서향길(43·여)씨는 "평소 영화를 좋아하고 전 세계 여러 배우와 감독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어서 매년 영화제를 찾은 지 벌써 7~8년 됐다"며 "올해 30주년이라 그런지 영화 예매하기가 유독 힘들었다. 이제 겨우 30주년이고 BIFF는 앞으로 더 승승장구할 거다. 40주년, 50주년까지 계속 올 것"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스무살부터 매년 BIFF를 찾고 있다는 박소연(38·여)씨도 "부산국제영화제가 여러 고비가 있었는데 잘 극복하고 올해 30주년을 맞아 부산 시민으로서 정말 뜻깊고 의미도 크다"며 "올해는 특히 경쟁 부문을 처음 도입해서 시상식이 어떻게 진행될지, 트로피가 어떻게 생겼는지 기대가 크다"라고 말했다.

17일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을 앞두고 이른 시각부터 행사장 입구에 대기줄이 만들어진 모습. 김혜민 기자
오후 6시쯤 레드카펫 행사를 시작으로 개막식이 막을 올렸다. 하늘이 황금빛으로 물들자 하나둘 켜진 불빛이 행사장을 환하게 밝혔고, 국내외 유명 영화배우와 감독들이 레드카펫을 밟으면서 축제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다.

이날 레드카펫에는 배우 손예진, 하정우, 한효주와 미국의 마이클 만 감독 등 영화인뿐 아니라 블랙핑크 리사 등 어느 때보다 화려한 인물들이 자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30주년 개막식을 빛냈다.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가 쏟아지자 배우들은 환한 미소와 함께 관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거나 하트를 그리며 감사와 반가움을 표현했다.
 
레드카펫 행사가 끝난 뒤, 개막작 <어쩔수가없다> 주인공인 배우 이병헌의 단독 사회로 개막식이 시작됐다. 개막식 본 행사는 오후 7시쯤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레드카펫 행사가 길어지면서 오후 8시쯤 사회자가 무대에 올랐다.
 
배우 이병헌은 "30년 전 부산에서 시작된 작은 꿈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가 됐다"며 "1995년에 첫 영화를 찍어 영화인으로서 30년차가 됐는데, 신기하게 부산국제영화제도 비슷한 시기에 시작해 함께 성장해왔다. 관객석에서 '언젠가 저 무대에 올라갈 수 있을까' 기대를 갖고 있던 사람이 지금 이 무대에 서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17일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배우 이병헌이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김혜민 기자
개막 선언에 앞서 여성영화인들의 문화·예술적 기여를 널리 알리기 위해 제정된 까멜리아상이 대만의 실비아 창에게 전달됐다. 실비아 창은 감독이자 배우, 프로듀서로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여성 영화인의 영역을 넓혀왔다. 지난 50여 년간 10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고, 2004년 연출한 작품 <20 30 40>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 후보에 오르는 등 아시아 여성영화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마침내 영화제 개막이 선언되고 뒤이어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등 시상식이 진행됐다.

한국영화 발전에 기여한 영화인에게 수여하는 '한국영화공로상'은 정지영 감독에게 돌아갔다. 정 감독은 지난 40여 년 동안 한국사회의 이면과 시대적 과제를 날카롭게 포착한 작품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영화 <남부군>, <하얀 전쟁>, <부러진 화살>, <남영동1985>, <블랙머니> 등 사회적 갈등과 인권, 정의를 향한 묵직한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한국영화사에 깊은 족적을 남겼다.

아시아 영화 산업과 문화 발전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인물에게 수여되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에는 이란의 거장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선정됐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반체제적인 시선으로 이란 사회의 정치·사회적 모순을 날카롭게 포착해왔다. 수차례 체포와 구금, 영화 제작 금지 등 탄압을 받으면서도 비밀리에 영화를 제작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등 세계 3대 영화제를 모두 석권했다.

시상식이 끝난 뒤 야외의전당 야외무대에서는 올해 개막작으로 선정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대형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을 만났다.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배우 이병헌과 손예진, 염혜란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호연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박찬욱 감독(왼쪽부터), 배우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이 1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어쩔수가없다' 기자회견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부산=황진환 기자
30주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처음으로 경쟁 부문을 도입하고 경쟁 영화제로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올해 경쟁 부문에는 아시아 주요 작품 14편을 초청해 대상,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5개 부문에서 '부산 어워드'를 시상한다.
 
또 이탈리아 감독 마르코 벨로키오 등 세계적인 거장들이 대거 부산을 찾고, 이들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특별전도 펼쳐진다.
 
영화제 기간 유명 영화인들이 직접 관객들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오픈토크'와 '액터스 하우스'가 이어진다. 지역 주민이 함께 영화를 즐기는 '커뮤니티 비프'와 '동네방네 비프' 등 지역 곳곳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열려 부산 전역이 축제 분위기로 가득 찰 전망이다.
 
영화제는 오는 26일까지 열흘 간 64개국 328편 작품이 관객들과 만나고, 폐막식에서 경쟁 부문 시상식이 이뤄진 뒤 대상 수상작품이 폐막작으로 상영돼 영화제의 마지막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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