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열리는 유일한 프로 테니스 투어의 시설 문제에 대해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토니 조 데이터 부문 부회장이 지적했다.
조 부회장은 18일 WTA 투어 코리아 오픈이 진행 중인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장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WTA 500 등급 대회를 개최하려면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면서 "코리아 오픈이 250 등급에서 500으로 승격할 때 필요한 부분을 이진수 토너먼트 디렉터와 대회 조직위원회에 제공했으나 지난해부터 조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센터 코트 안에 여러 공간이 있지만 이를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는 점이나 선수 라커룸에 화장실도 없고 의료 공간이 협소한 것도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지난 15일 개막한 코리아 오픈은 대회 전부터 낙후된 시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갈라진 코트 바닥과 고장난 전광판은 물론 지난 16일에는 비가 내려 선수 라운지에 물이 새는 일까지 벌어졌다. 올해 윔블던 여자 단식 우승자이자 세계 랭킹 2위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 등 정상급 선수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시설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조 부회장은 "중국에서 열리는 투어 대회들은 등급 승격을 위해 수십억 원을 들여 공간을 업그레이드했다"면서 "예를 들어 베이징, 우한, 닝보 대회는 모두 개폐식 지붕이 있지만 서울은 그렇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선수들이 삼성, KIA 등 세계적인 기업이 많은 한국 대회에 기대하고 오지만 막상 노후한 시설을 보면 실망한다"고 덧붙였다.
또 조 부회장은 "선수들 체력 단련실도 부족하고, 필요한 운동 기구나 룸 규격도 기준 미달"이라고 지적했다. 코트 바닥 상태에 대해서도 "선수들이 센터 코트와 야외 코트의 스피드가 다르다고 한다"면서 "시설이나 공간 문제가 해결되면 WTA 500 등급 대회를 계속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등급 유지에 대한 질문에 조 부회장은 "내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면서 "WTA가 작년이나 올해 대회를 근거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올림픽공원 테니스 코트 관리를 맡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최근 시설 문제와 관련해 "올해 대한테니스협회와 5월부터 여러 차례 협의해 시설 보수 범위를 확정했고, 8월 협회의 추가 요청까지 포함해 보수를 완료한 상태"라고 밝혔다. 공단은 "선수들 탈의실은 8월 리모델링이 끝났고, 샤워실도 보수한 상태"라면서 "다만 샤워 부스와 라커룸은 2026년 대회 전까지 교체하기로 협회와 협의를 마쳤다"고 해명했다.
또 공단 측은 "앞으로 관람객 안전 확보와 국제 대회 개최 수준의 경기장 환경 조성을 위해 예산 마련 및 시설 개선 추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