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을 빙자해 아내와 두 자녀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차량에 태워 진도 앞바다로 돌진해 숨지게 한 비정한 40대 가장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방법원 제12형사부(재판장 박재성)는 19일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지모(49)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지씨는 지난 6월 1일 새벽 전남 진도군 임회면 진도항 인근에서 아내와 두 아들을 태운 승용차를 바다로 몰아 넣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씨는 수억 원대 채무에 시달리며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 자녀들이 부모 없이 살아갈 미래를 비관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전 지씨는 광주의 한 정신과에서 수면제를 처방받아 구입했다. 이후 가족여행을 가장해 전남 무안의 한 펜션으로 향했고, 펜션에 머무는 동안 두 아들에게 수면제가 든 음료를 건네 범행을 준비했다. 결국 6월 1일 새벽 차량을 몰아 바다로 돌진했으며, 아내와 두 아들은 숨졌다. 지씨는 홀로 탈출했지만 즉시 신고하지 않고 산으로 몸을 숨겼다가 뒤늦게 발견됐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에서 범죄의 중대성과 피해 상황, 피고인의 태도와 양형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재판부는 "살인 범죄는 인간의 존엄한 생명을 비가역적으로 침해하는 가장 중대한 범죄다"며 "이번 사건은 천륜을 저버린 패륜적 범행으로 죄질이 극히 무겁다"고 규정했다.
이어 피해 상황에 대해서는 "두 아들은 부모가 자신들을 해칠 것이라 생각조차 못한 채 참혹한 죽음을 맞이했다"며 "맹목적 신뢰를 배신당한 채 목숨을 잃은 점이 무엇보다 비극적이다"고 강조했다.
피고인의 태도에 대해서도 강하게 질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바다에 빠진 직후 홀로 탈출했으나 아내와 아이들을 구하지 않았다"며 "범행 직후 구조 요청이나 자수 대신 도주를 선택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채무와 가족 부담을 피하려 범행을 저질렀다는 의심까지 든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와 관련해 "인간의 생명은 절대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존귀한 가치로 살인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 같은 범죄의 재발을 막고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선고 직전 박재성 판사는 끝내 목소리를 떨며 눈물을 훔쳤다. 그러나 법정 한켠의 피고인은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재판부는 "살인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범죄이며,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며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월 22일 열린 1심 결심 공판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한 가정의 가장임에도 책임을 저버리고 가족을 죽음으로 이끌었다"며 "사회로부터 평생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