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이끌 영화인 양성 참여한 김지운 감독 "위기 속 씨앗 발견"[30th BIFF]

1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샤넬×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CHANEL×BIFF ASIAN FILM ACADEMY) 교장 김지운 감독. 최영주 기자

'조용한 가족' '반칙왕'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 '악마를 보았다' '거미집' 등 한국 영화계를 가로지르는 굵직한 작품들로 전 세계 영화인의 사랑을 받는 김지운 감독이 젊은 영화인들을 통해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봤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샤넬×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CHANEL×BIFF ASIAN FILM ACADEMY) 교장에 김지운 감독이 위촉됐다. BAFA는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이끌 인재를 양성하는 부국제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1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샤넬×BAFA 교장 김지운 감독은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가 현장에 도착해 마음이 바뀌었다"며 "모든 사람이 꿈을 향해 첫 발걸음을 내딛는 공간이 BAFA였다. 영화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할지 몰랐던 청년 시절 내 모습도 떠오르며 진중한 마음으로 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2010년 AFA 졸업생 니틴 배드가 편집을 맡은 '홈바운드'(Homebound)(2024) 포스터. IMDb 제공

김지운 감독은 교장직을 수락하게 된 동기 중 하나로 자신의 경험을 들었다. 그는 1993년에 서울예술 연극과에 입학했지만 중퇴하고, 연극 현장에서 활동하다 영화계에 입문했다.
 
그는 "나는 영화학교 출신도 아니고, 유학파나 현장파도 아니다. 현장에서 도제 시스템을 통해 영화를 배운 것도 아니다"며 "영화를 개인적으로 독학하고, 영화를 만들면서 영화를 배웠다. 그렇기에 내가 거쳐온 특수한 나의 영역, 내가 거리에서 배운, 다른 선생님들과 다른 무언가를 전달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김 감독이 아카데미에 참여해 영화라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학생들의 현장을 보면서 만난 건 아시아 영화의 미래와 가능성이었다.
 
그는 "나라, 종교, 문화, 언어가 다른 아시아 젊은 영화인들이 어떻게 서로 이어지고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직접 보는 게 내게도 유익한 비전을 줬다"며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영화가 어려운 시기를 돌파해 나가는 가운데, 아시아 영화 네트워크의 씨앗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또 "과장해서 말하자면, 혐오와 차별이 난무하는 시대에 각기 다른 차이를 넘어 함께 고민하고 실험하고 탐색하는 풍경 자체가 감동스러웠다"며 "그게 영화의 힘이고 부국제와 BAFA의 순기능이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김 감독은 "젊은 영화인들의 신선한 상상력과 에너지를 내가 가진 경험과 결합하면 좋은 시너지가 있지 않을까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2023년 BAFA를 거쳐 간 코지 리잘 감독의 '리틀 리벨스 시네마 클럽'(Little Rebels Cinema Club)(2024) 스틸컷. MUBI 제공

아시아영화아카데미의 실질적인 결실은 바로 학생들이 아카데미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 영화계로 나아간다는 점이다.

그동안 아시아영화아카데미는 김지운 감독을 비롯해 이창동, 임권택, 리티 판, 장률, 벨라 타르, 고레에다 히로카즈, 구로사와 기요시, 허우샤오시엔, 모흐센 마흐말바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차이밍량 등 세계적인 거장들을 교장으로 위촉했다.

거장들의 멘토링을 받은 졸업생들의 활약은 계속되고 있다. 2010년 AFA 졸업생 니틴 배드가 편집을 맡은 '홈바운드'(Homebound)(2024)가 2025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또 2023년 BAFA를 거쳐 간 코지 리잘 감독의 '리틀 리벨스 시네마 클럽'(Little Rebels Cinema Club)(2024)이 제너레이션 K플러스에 공식 초청됐고, 2007년 AFA 출신 타마라 스테판얀 감독의 '마이 아메리칸 팬텀스'(Mes fantomes armeniens)(2025)은 포럼 스페셜에 선정됐다.
 
김 감독은 "모든 프로세스를 다 보여주면서 결과물까지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BAFA"라며 "이런 게 시스템화되어서 아시아 영화인들이 연대하고 아시아 영화 네트워크를 이룰 수 있는 여건을 BAFA와 부국제가 확보하거나 더 제시해 주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도 한국 영화가 어려운데 어렵다고만 할 게 아니라 이런 모델을 갖고 계속 실험해 보면 좋을 거 같다"고 조언했다.

특히 다른 나라와의 협업은 영화계에 활로를 열어줄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현재 김지운 감독은 두 번째 미국 장편영화 '홀'(The Hole)을 제작 중인 만큼, 국제 공동 제작의 장점을 직접 느끼고 있다.
 
그는 "나는 지금 영어 대사가 80% 이상인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며 "미국도 들어보면, 영화계 파업 이후 인건비가 많이 올라가면서 해외와 합작하는 게 유리하다는 속사정이 있다. 이것도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국제는 전 세계 영화인이 다 모이는 곳인 만큼 이곳에서 기회를 만들고, 모델을 창출하는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며 "또 한국 영화가 다른 아시아 영화와 이어질 방법을 모색하는 게 중요하다. 동등한 관계에서 아시아 영화의 활로를 찾는 진지한 담론과 연구가 BAFA나 부국제에서 진지하게 다뤄지길 기대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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