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나날' 심은경 "韓日 협력 활발한 시대가 도래했다"[30th BIFF]

2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여행과 나날' 기자회견에서 감독과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은경, 미야케 쇼, 타카다 만사쿠. 연합뉴스

'여행과 나날'로 다시 한번 일본 영화에 참여한 배우 심은경과 거장 미야케 쇼 감독이 한국과 일본의 협력에 관해 언급했다.
 
20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초청작 '여행과 나날' 기자회견에는 미야케 쇼 감독, 배우 심은경과 타카다 만사쿠가 참석했다.
 
제78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국제경쟁 부문에서 대상인 황금표범상을 받은 '여행과 나날'은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새벽의 모든'까지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되며 현재 일본뿐 아니라 국제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감독 미야케 쇼의 최신작이다.
 
영화는 츠게 요시하루의 명작 만화 '해변의 서경(海辺の叙景)' '혼야라동의 벤상(ほんやら洞のべんさん)'을 모티브로 겨울 설경과 여름 해변 풍경을 통해 관객을 일상과 비일상이 교차하는 여행으로 이끈다.
 
미야케 쇼 감독은 "원작 만화를 만든 츠게 요시하루 작가님에게 자극을 받아 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며 "작가님은 만화의 본질을 추구해 나가고 있는데, 내가 영화의 본질을 추구하는 방법이 비슷해서 원작 작가의 만화를 영화화하려 했다"고 영화화 배경을 설명했다.
 
감독은 "무엇보다 기쁜 건 한국과 일본에서 활약 중인 심은경과 같이 작업한 작품이라는 점"이라며 "또 과거 함께한 타카다 만사쿠와 함께할 수 있어서 기뻤다"고 밝혔다.
 
미야케 쇼 감독과 심은경의 인연은 과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의 GV(관객과의 대화)를 함께한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미야케 쇼 감독은 "그때 처음 만난 심은경의 첫인상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이로운 무언가가 있었다. 이 배우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여행과 나날'은 원래 원작처럼 일본인 남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하려 했다. 그런데 국적, 성별과 관계없이 심은경이 맡아주면 좀 더 좋은 영화가 될 거라 생각해 출연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심은경은 "'저의 눈을 들여다보면'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 작품을 계기로 미야케 감독님 영화 세계에 푹 빠져들게 됐다"며 "2022년 부국제 GV도 한국의 많은 관객과 감상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내가 먼저 제안한 것이다. 이른 시간 안에 감독님과 작업이 이뤄질지 상상도 못 했다"고 협업 소감을 전했다.
 
배우 심은경이 2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여행과 나날'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그토록 기대했던 감독과의 작업을 통해 심은경은 현장의 일화를 소개하며 미야케 감독을 더욱더 존경하게 됐다고 했다.
 
심은경은 "감독님은 배우와 스태프를 하나로 아우르는 힘이 있다. 촬영 전 스태프와 배우에게 모두 편지를 돌렸다"며 "영화는 결코 감독 혼자 만드는 게 아니고 다 같이 만드는 작업인 만큼 각자 역할에 충실하되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이라고 하셨다. 또 선후배 가리지 말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현장이 되면 좋겠다고 하셨다"고 했다.
 
또 "크랭크인 날에는 각자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영화를 위해 만나 인연이 됐고, 이 영화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겠다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 주셨다"며 "감독님의 넓은 포용력을 느낄 수 있었고, 그런 점을 존경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촬영 과정에서는 감독만의 특별한 연출 방식을 경험할 수 있었다. 심은경은 "배우들이 가진 고유의 것을 잃지 않으면서도 촬영 내내 관찰을 통해 새로운 것을 끄집어내 감독님만의 색을 배우에게 덧입혔다"며 "내 것이지만 다른 식, 새로운 식으로 해석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미야케 감독은 "세상의 많은 감독에게는 다양한 연출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배우의 매력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걸 좋아한다"며 "또 영화를 만들어가며 이 영화를 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배우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애정을 가지는 과정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애플TV+ '파친코' 속 청년 모자수 역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배우 타카다 만사쿠는 이번 작품에서 나츠오 역을 연기했다. 만사쿠는 "감독의 분위기가 현장의 분위기라 할 있다. 미야케 감독님 자체가 현장을 즐기는 분"이라며 "스태프와 즐겁게 시행착오를 거쳐 가며 영화를 만드는 분"이라고 했다.
 
그는 "내가 연기한 나츠오는 원작에서도 표정이나 억양 변화가 거의 없는 역할이다.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였을 거 같은데, 이상하게 난 그런 역할을 많이 해왔다"며 "그래서 나츠오에 감정 이입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현장에 가서 감독님의 디렉팅에 몸을 맡기고 연기하면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덧붙였다.
 
미야케 쇼 감독이 2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여행과 나날'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행과 나날'은 한국과 일본의 협업으로 탄생한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여행과 나날' 외에도 한국 영화 '굿뉴스'에도 일본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오래전부터 일본 영화 작업에 참여한 심은경은 "요새 한국과 일본의 합작 작품이 많이 나오고 있고, 한국 배우가 일본에서 일본 작품 촬영하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굿뉴스'처럼 일본 배우들이 출연하는 형태의 작품이 늘어나고 있다"며 "그런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더 많은 협력을 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며 "그런 의미에서 '여행과 나날'이 한 발자국 나아갈 수 있는 작품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야케 쇼 감독은 "앞으로 평생 영화란 무엇인가, 영화의 본질적인 재미는 무엇인가 찾으며 그런 걸 전달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또 한국과 일본이 협력할 수 있는 합작 작품도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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