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곳곳에서 특권층의 부패와 불평등에 반발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네팔과 동티모르에 이어 필리핀까지 199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젊은 층인 이른바 'Z세대'의 분노가 잇따른 시위의 동력이 됐다.
지난해 9월부터 인도네시아 하원 의원 580명이 주택 수당으로 1인당 월 5천만 루피아(약 430만원)를 받은 사실이 언론 보도로 뒤늦게 알려지자 분노한 대학생과 노동자 수천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국회의원 특혜에 반대하는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해 방화와 약탈 등이 벌어졌고, 경찰 장갑차에 깔려 숨진 오토바이 배달 기사를 포함해 10명이 숨지고 20명이 실종됐다.
인도네시아에 이어 네팔에서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이번 시위는 네팔 정부가 지난 5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26개 소셜미디어(SNS) 접속을 차단하면서 시작했다.
특권층 부패를 지켜보며 빈곤을 견디던 네팔 'Z세대'는 부패 척결과 경제 성장에 소극적인 정부에 실망하다가 결국 폭발했고, 이는 폭동 수준의 과격한 시위로 이어졌다.
지난 8~9일 이틀 동안 벌어진 시위로 네팔에서 경찰관 3명을 포함한 72명이 숨지고 2천113명이 다쳤다.
동남아시아에서 최빈국으로 꼽히는 동티모르에서도 의회가 국회의원 65명에게 도요타의 새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지급하기 위해 예산 420만 달러(약 58억2천만원)를 편성하자 대학생들이 반발했다.
대학생 2천명은 지난 15일부터 사흘 동안 수도 딜리에서 공공기관 건물을 파손하고 정부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시위를 했고,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진압했다.
전날 필리핀에서는 정치권의 비리 의혹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49명이 체포됐다.
지난주 상원에 출석한 건설회사 사주 부부는 홍수 예방 공사와 관련해 마틴 로무알데스 하원의장을 포함한 하원의원 17명에게 뇌물을 줬다고 주장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아시아 국가에서 잇따른 반정부 시위에는 공통점이 엿보인다.
이들 나라에서 벌어진 시위의 촉매제는 모두 달랐지만, 분노의 밑바탕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젊은 층이 부패를 저지르는 특권층의 사치스러운 삶을 지켜보며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깔려 있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들 나라가 모두 개발도상국으로 뿌리 깊은 정치 계급이 존재하고 청년 실업률이 높은 데다 부패 수준도 심각하다고 짚었다.
또 젊은 세대는 성장 과실이 엘리트에게 돌아갈 뿐 자신들의 삶은 개선되지 않는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