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간송, 광복 80주년 기념 '삼청도도' 전시…"국난 속 빛난 지조"

이정의 신죽. 대구간송미술관 제공

대구간송미술관이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선조들의 지조, 고난을 담은 삼청 작품으로 후손들의 마음에 감동을 선사한다.

대구간송미술관은 기획전 '삼청도도 - 매·죽·난 멈추지 않는 이야기'을 통해 사군자 가운데 매화, 대나무, 난초, 세 가지 맑음을 뜻하는 삼청 작품 100점을 선보임으로써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절의지사들의 절개를 소개한다.

총 4부로 나눠진 전시 중 가장 돋보이는 구간은 1부로 탄은 이정의 '삼청첩' 한 작품만을 전시했다. 이정은 세종대왕의 고손자로 조선시대 대나무 그림의 기준을 탄생시킨 묵죽화의 대가다.

삼청첩은 이정이 그린 대나무 그림에 당대 최고의 문인이었던 최립의 글, 한석봉의 글씨가 어우러진 작품이다. 임진왜란 당시 한 쪽 팔이 잘릴 뻔한 이정이 3여년간 회복한 끝에 그린 묵죽화가 담겨 섬세한 관찰력, 강경한 필치를 느낄 수 있다. 위로 쭉 뻗은 대나무 줄기와 잎사귀에서 시각적 강렬함을 느낄 수 있다.

불에 탄 흔적, 그을림, 일본 군인이 작품 중간에 적은 글자 등 수난의 자취가 역력히 담겨 있어 그동안 작품 전체가 전면 공개된 적이 없다. 이번에 최초로 작품 전체를 전면 공개하면서 국난의 고통, 안타까운 상황을 고스란히 전한다.

삼청첩은 일본 경매를 떠돌다가 간송 전형필 선생이 구매했고 전면 수리된 후 2018년 보물로 지정됐다.

이정의 풍죽. 대구간송미술관 제공

2부에서는 대나무 그림의 최고 정점이라 불리는 '풍죽' 등 탄은 이정의 다른 작품과 유사한 형태의 삼청첩을 만날 수 있다. 2부 곳곳에는 더 큰 몰입감을 주기 위해 미디어아트가 함께 전시됐다.

3부는 국란의 위기에 기개와 결기를 지킨 절의지사의 작품 16점이, 4부에서는 직접 항일운동에 참여했던 항일지사들의 작품 13점이 소개된다. 특히 4부에서 는 신흥무관학교 설립에 참여한 이회영, 일제의 모든 회유를 거부한 윤용구, 군자금 모금 활동을 벌인 대구 출신 독립운동가 김진만 등 예술적으로도 가치있지만 역사적으로 더 의미있는 항일지사들의 작품을 모았다.

대구간송미술관 전인건 관장은 "근현대사 속에서 수많은 애국지사를 배출하고 독립 운동의 중심지로 자리한 대구에서 광복의 의미를 기리는 전시를 선보여 감회가 새롭다"고 밝혔다.

전시 기획을 맡은 신현진 선임학예사는 "위기 상황에서 민족적 자존감을 미술로 표출한 작품들"이라며 "제목 삼청도도 중 '도도(滔滔)'란 물이 끊임 없이 흐른다는 뜻으로 선조들의 절개, 우국의 정신이 오늘날까지 멈추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를 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획전은 오는 23일부터 12월 21일까지 진행된다.

한편 대구간송미술관은 기존 상설 전시 공간도 새 작품들로 채웠다.

도자와 서화를 전면 교체한 1전시실에서는 신윤복, 김홍도의 인물화와 추사 김정희, 한호, 안평대군의 서예화가 전시된다.

단 한 작품만 전시하는 명품전시실에서는 사슴을 담은 화조화 윤두서의 심산지록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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