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정치권의 비리 의혹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200명 넘게 경찰에 체포됐다.
22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 있는 대통령궁 인근에서 홍수 예방 사업 비리를 규탄하는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했다.
대통령궁으로 향하던 시위대는 경찰이 차량으로 도로를 막자 돌멩이와 화염병을 던졌고,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진압을 시도했다.
일부 시위대는 둔기를 휘두르거나 타이어에 불을 지르는 등 난동을 부렸으며 이 과정에서 시위자 216명이 체포되고 경찰관 95명이 다쳤다.
체포된 시위자 가운데 성인은 127명이며 나머지 89명은 미성년자라고 후아니토 빅터 레물라 내무부 장관은 밝혔다.
그는 "화염병을 투척하고 (저지)선을 넘은 이들을 체포했다"며 부상당한 경찰관들 중 일부는 상태가 위중하다고 덧붙였다.
전날 오전 대통령궁 인근에 있는 리살 공원 일대에서 벌어진 시위에는 4만9천명가량이 참여했다고 스페인 EFE 통신은 보도했다.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은 전날 저녁까지 이어졌고, 한 호텔 건물도 파손됐다.
마닐라 집회에 참여한 학생 운동가 알테아 트리니다드는 AP에 "우리는 가난에 허덕이면서 집과 미래를 잃어가는 동안 그들은 우리 세금으로 호화 차량과 해외여행을 누리며 막대한 부를 챙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 7월 홍수 예방 사업을 직접 점검했고, 이달 들어서는 이 사업의 부패 가능성을 조사하고 책임자들을 형사 고발할 독립위원회를 구성했다.
랠프 렉토 재무부 장관은 이 사업의 부패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2023년부터 올해까지 약 423억~1185억 필리핀페소(약 1조300억~2조8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주 상원에 출석한 건설회사 사주 부부는 홍수 예방 공사와 관련해 마틴 로무알데스 하원의장을 포함한 하원의원 17명에게 뇌물을 줬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