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알마티시는 우리 제조 기업들이 중앙아시아에 진출할 거점이 될 도시다. 대한민국 산업 중심지 경남도 등 국내 기업들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또는 경제 포럼을 열어 교류, 협력이 확대되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
경상남도가 중앙아시아의 자원 부국인 카자흐스탄의 중심 도시 알마티시와 교류 협력의 물꼬를 텄다.
박완수 경남지사를 단장으로 한 경남대표단은 몽골 울란바토르에 이어 카자흐스탄 알마티시를 22일 찾았다. 박 지사는 사티발디 다르한 아만겔디울리 알마티시 시장을 만나 교류 협력을 위한 협약(MOU)를 체결했다.
카자흐스탄은 자원 부국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이른바 '유라시아 신(新)실크로드' 거점이다. 석유·천연가스 중심의 에너지 산업은 수출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카자흐스탄의 경제 협력 파트너로, 러시아·네덜란드에 이어 '빅3' 투자국 중 하나다. 그러나 제조업 분야의 투자가 미비하고, 대부분 공산품을 수입하고 있다.
특히, 알마티시는 인구 220만 명이 거주하는 경제·산업·문화 중심지로, 카자흐스탄 GDP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알마티시와 경남도는 두 국가의 산업을 이끌고 있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
경남도와 알마티시는 실질적인 교류 협력을 강화하고자 모두 4건의 협약을 체결했다. 우선 두 도시 간 교류 협력 증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관광·산업·문화·교육·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이번 방문의 핵심인 승강기 산업 분야 기술 협력과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한 협약도 체결했다. 이는 지난해 '한·카자흐스탄 산업통상 협력개발 지원사업(ODA)'에 경남 컨소시엄이 선정된 데 따른 후속 조처다. 이번 방문 역시 알마티시에 조성 중인 '승강기 연구개발(R&D) 파크 사업'을 계기로 성사됐다.
경남대표단은 알마티시 외곽 알라타우 경제특구 일원에 조성 예정인 '승강기 연구개발 파크' 부지를 찾아 현지 기업과의 협력 추진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사업은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이 주관하고, 경남의 오페, 경남테크노파크, 한국승강기대학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축구장 약 8개 크기인 5만 5천㎡에 부지에는 승강기 연구개발 센터와 시험타워, 시험·교육센터 등이 들어서고, 국내 진출 기업을 위한 부지도 마련됐다. 알마티시는 우리나라 진출 기업에 무상으로 부지를 제공하고, 법인세·자산세·관세 등의 세제 혜택도 주기로 했다.
카자흐스탄 승강기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1만 대 규모로 제조 기술력이 없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주택 공급량 확대 등 도시화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승강기 수요도 대폭 늘고 있다.
한때 우리나라는 카자흐스탄 승강기 수입량의 51.5%(2010년)를 차지했지만, 2021년 기준으로 1% 미만으로 급감한 상황이다. 중앙아시아의 승강기 수입 시장 점유율 역시 2010년 9.07%에서 2021년 3.68%로, 절반 이상 줄었다. 특히, 최근 카자흐스탄에서 승강기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안전성이 보장된 우수 제품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는 카자흐스탄의 승강기 기업 진출을 계기로 거창 스마트 승강기(G-엘리베이터)의 우수성을 알리는 등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회복한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현지 생산 거점을 발판으로 '메이드 인 카자흐스탄(Made in Kazakhstan)' 승강기를 만드는 등 도내 기업의 중앙아시아 수출 교두보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경남의 기술력과 산업 인프라를 접목한 협력 모델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이밖에 알마티시 청년정책국과 창신대학교 간 '청년 교류 협력 협약', 카자흐스탄 아바이 카자흐 국립 사범대학교와 국립창원대학교 간 '교육 협력 협약'을 맺고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나서는 등 협력의 폭을 넓혔다. 도는 라이즈(RISE) 사업을 활용해 2028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1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다.
사티발디 다르한 아마겔디울리 알마티시 시장은 "한국과의 경제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첨단 기술을 보유한 경남이 한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승강기와 교육 분야 협력에 대한 기대가 크며, IT(정보기술)·AI(인공지능) 등에 대한 협력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알마티에 경제특구 등 여러 혜택을 받을 부지가 있어 기업들의 진출을 추천한다"며 "경남도와 긴밀하게 협력해 앞으로 높은 수준의 프로젝트로 이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에 박 지사는 "경남과 알마티시는 각각 대한민국과 카자흐스탄의 산업·경제 중심지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의 계기가 마련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마티시와 경남의 많은 기업이 협력해 발전하고 성장하도록 경남도가 적극적으로 지원할 생각"이라며 "알마티시 시장이 동의한다면 IT·AI 등 알마티시의 관심 분야에 대해 기업 간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이나 경제포럼을 경남에서 열어 협력 기회를 넓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아만겔디울리 시장은 "알마티시는 카자흐스탄 경제의 중심지로, 한국과의 교역 중 약 35%가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400개 이상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며 "박 지사의 비지니스 라운드 테이블과 경제포럼 제안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한국의 대기업·중소기업의 진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화답했다.
앞서 경남대표단은 지난 19일 몽골 울란바토르시를 찾아 거창승강기밸리기업협의회와 몽골 기업 간 스마트 승강기 수출입 협약을 돕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 협력의 발판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