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23일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가졌다. 지난달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자리를 두고 겨룬 두 사람이 공식석상에서 재회한 것은 26일 만이다.
이날 만남은 장 대표 측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장동혁 지도부'가 어느 정도 안착된 가운데 최근 여야 대치가 심화된 상황에서, 김 전 장관의 자문을 구하고자 마련된 자리라는 전언이다.
회동 장소에 한발 앞서 도착한 장 대표는 김 전 장관이 식당에 들어서자 "오랜만에 뵙는다"며 반겼다. 장 대표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한 김 전 장관도 시종 밝은 얼굴이었다.
장 대표는 "장관님, 일찍 모셨어야 하는데 요즘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있었다). 여기저기서 폭탄이 터져서"라고 인사를 건넸고, 김 전 장관은 "아무 상관없다. 전 잘 지내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어 장 대표는 "당내 여러 상황이 어렵다. 국정 상황도 녹록치 않다"며 "장관님께 좋은 말씀도 듣고 조언과 지혜를 구할 겸, (또) 전당대회를 마치고 제대로 인사도 못 드려서 뵙자고 청을 드렸는데 흔쾌히 응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자 김 전 장관은 "열심히 잘하고 계시다. 얼굴이 더 좋아지셨다"며 "고생 많으시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이후 두 사람은 식사와 함께 1시간 가량 비공개로 대화를 나눴다.
장 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장관은 정치경험도 풍부하시고 여러 전략을 많이 갖고 계시다"며 "여러 말씀을 해주셨고, 저희가 앞으로 충분히 검토하면서 받아들일 말씀이 많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관련 현안 청문회가 의결된 데 대해서는 "민주당이 사법부를 장악하겠다는 욕망 때문에 정신줄을 놓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날 선 비판을 내놨다.
장 대표는 그러면서 "서영교·부승찬, 두 의원의 날조와 정치공작이 만천하에 드러나지 않았나. 그럼 이제 반성하고 국민께 사과하고, 자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법부 수장까지 법사위로 불러서 야당 의원들의 입을 틀어막고 여당 의원들끼리만 희희낙락하며 있지도 않은 사실을 날조해 국민께 퍼뜨려 선전·선동해 조 대법원장을 몰아내겠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사법부가 장악되면 독재는 완성되는 것"이라며, 현재 당정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신설, 검찰청 폐지 등과 맞물려 "독재로 가는 길은 이미 7·8부 능선을 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날 새벽 통일교 한학자 총재가 구속된 것과 관련해선 "특검에선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연결시키려는 정치공작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그런 내용은 없었다고 저는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장 대표는 "헌법상 종교의 자유가 명백히 인정되는 대한민국에서 특정 종교를 향해 정치적 공세를 하고 탄압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